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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이미 땄는데 입대 가능할까…"병역특례 없애자" 부글부글 [법알못]
경솔한 금메달 수상 소감으로 화를 자초한 선수들이 뒤늦게 후회하며 사과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 존폐 기로에 놓인 병역특례와 소급 적용 가능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은 지난 3일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미 병역을 마친 3명을 제외한 20명이 병역 혜택 대상이다.
문제는 그 직후였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은 취재진에 "군대 안 간다"고 말했고, 양민혁은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고 군 면제 하나만을 보고 경기한 것 같다"고 했다. 박승수는 SNS에 전역모를 쓴 사진을 게시했다. 금메달의 의미보다 병역 혜택을 앞세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8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손흥민이 "내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금메달"이라며 영광을 국민에게 돌린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5일 해단식에서 "일부 선수의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국군 장병 여러분께 체육회를 대표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Q. '금메달 군면제'는 정확히 어떤 제도인가?
흔히 '군 면제'라고 부르지만 법적으로는 예술·체육요원 '편입'이다. 금메달리스트는 약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며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사실상 면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제도는 1973년 유신 체제 당시 국제대회 성과를 통한 국위선양을 장려하려고 도입됐다. 이후 대상이 점차 좁혀져 1990년부터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로 축소돼 지금에 이른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궁극적으로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하는 보충역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번 논란 전부터 정부 안에서 검토되던 사안이다. 홍소영 병무청장은 앞서 새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보충역 제도의 단계적 감축·폐지 방안을 담는 작업이 최종 검토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중보건의사처럼 공공 분야에 필요한 인력은 유지하고 민간 분야를 줄이는 방향이 거론됐다. 선수들의 발언이 예술·체육요원 개편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Q. 정치권 반응은?
여야 구분이 없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민주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 출연해 "과거에는 아주 옛날에 국위 선양과 연관돼 일종의 혜택으로 시작된 제도인데 지금은 시대도 변하고 국가의 위상도 변했다"며 "국위 선양이 무엇인가, 그것을 국위 선양으로 해야 되느냐 하는 것들도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에서 이미 "아예 없애자는 의견부터 프로의 경우에는 제한하자거나 종목의 경우를 제한하자는 등 다양한 입법안을 냈다"며 "큰 틀에서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검토를 관련 위원들에게 맡기자고 어제 잠정적인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논의한 뒤 당 차원의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직전까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병역특례 폐지와 관련해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이라며 "예술·체육 분야를 모두 포함해 특례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도 "금메달에 대한 축하와 병역특례는 별개 문제"라고 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몇몇 선수의 말실수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며 종목별 경쟁 수준 등을 따져 기준을 재설계하자고 제안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 세대가 'BTS도 군대에 가는데 아마추어 선수 이기고 군 면제받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묻고 있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은 모두 호구인가"라며 혜택 재고를 주장했다. 안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면제특권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결단하면 된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 군면제'는 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꼭 그렇지는 않다. 제도의 뿌리는 병역법 제33조의7이지만, '누가 대상인지'는 대통령령인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11에서 정한다. 따라서 정부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에서 '아시안게임 1위' 항목만 지워도 아시안게임 병역특례는 사실상 사라진다. 국회 문턱을 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정부 의지만 있으면 다음 대회부터 폐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제도 자체를 완전히 없애려면 병역법 조항을 손봐야 하지만, 시행령 기준만 바꿔도 실질적 효과는 비슷하다.
Q. 그럼 이번 대표팀 선수들도 혜택이 취소될 수 있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선수들은 지난 3일 금메달을 따 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채웠다. 요건이 완성된 뒤 기준을 바꿔 불이익을 주는 '소급 적용'은 헌법상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편입될 수 있다'는 현행 규정을 믿고 대회에 나섰다.
아직 문화체육관광부 추천이나 병무청장의 편입 처분이 끝나지 않았다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성적이 확정되고 행정 절차만 남은 상황에서 바뀐 방침으로 혜택을 박탈하면, 선수들이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을 냈을 때 정부가 이기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시행령을 고치더라도 부칙에 경과 규정을 둬 다음 대회부터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무법인 LKB평산 AI·콘텐츠센터장인 권영실 변호사는 "이미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에 시행령을 개정하여 소급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에 의한 제한이 가해질 여지가 상당하다"면서 "신중하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Q. 이번엔 정말 없어질까?
그동안은 매번 논란만 남기고 유지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직후 기찬수 당시 병무청장은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폐지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제도는 그대로다. 2022년 항저우 대회 뒤에도 이기식 당시 병무청장이 국정감사에서 보충역 제도 전반의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고 TF 구성을 밝혔다. 같은 해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을 대상에 넣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병역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국방부가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공식화했고 여야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Q.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나?
있다. 프로리그가 있는 야구·축구·농구·배구와, 국제대회 성적이 선수 경력을 좌우하는 비인기 종목의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괄 폐지보다 종목별 경쟁 수준에 따라 기준을 달리하거나, 여러 대회 성적을 점수로 쌓아 일정 기준을 넘으면 혜택을 주는 방식 등이 과거에도 대안으로 거론됐다.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544시간 봉사활동 관리 등 복무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는 1973년 유신 체제 당시 국제대회 성과를 통한 국위선양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53년이 지나는 동안 저출생에 따른 병력 자원 감소와 병역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국방부가 제도 개편 방침을 공식화하고 여야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체육·예술 병역특례 손질은 국방개혁 논의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