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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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망상에 빠져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하고 점화장치를 설치해 집을 태우려고 한 60대 남성 A씨가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살인,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20년간 부착하라는 원심 판단도 유지했다.

1998년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는 1999년 2월 이혼했다. 그러나 아버지 없이 자라야 하는 아들을 걱정한 전처는 A씨가 출소한 그해 6월부터 아들이 결혼한 2015년까지 A씨와 함께 거주하는 등 사실혼 관계를 이어갔다.

A씨는 출소 이후 별다른 직업이 없어 2021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전처와 아들로부터 생활비를 매달 약 320만원씩 받았다. 생활비가 중복으로 지급된 사실을 깨달은 전처는 그해 11월부터 생활비 지급을 중단했다. A씨는 '전처가 경제적 지원을 할 것처럼 행동하며 속였고, 내가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것도 전처의 잘못'이라는 망상에 빠졌다.

이에 A씨는 지난해 7월 아들 집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직접 제작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했다. 며느리·손자녀 등은 겨우 도망쳐 목숨을 건졌다. 또 A씨는 자기 집에 있는 아들의 흔적을 모조리 지우기 위해 설정된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는 점화장치를 설치했지만 신고받은 경찰이 폭발 전 해체에 성공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A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했다. 재판부는 "예정된 화력의 크기, A씨의 인식 및 태도 등은 현주건조물방화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화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면 최고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착수 전 준비 단계에 그치면 최고 징역 5년의 방화예비로만 처벌할 수 있다.

2심 재판부는 양측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점화장치를 설치했을 뿐 불을 놓는 등 연소 작용이 계속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설정을 완료해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폭발했을 것이므로 방화 실행의 착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해 A씨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