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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원자로 놓는 미·중·러…우주 패권 경쟁 '핵'으로 확산
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8월 말 달 남극 부근에서 정비 없이 가동할 수 있는 원자로를 2030년 12월까지 발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업체들에 요청했다. 러시아가 중국과 추진하는 달 기지 사업의 일환으로 2036년까지 원자로를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우자 NASA도 일정을 앞당겼다.
미국과 중국은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얼음 형태의 물을 비롯한 자원을 탐사하며 더 먼 태양계로 탐사선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측은 장기 달 기지를 운영하기 위해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며 원자로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 주도 달 기지 사업에서 맡은 핵심 업무도 원자력 분야인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는 우주 원자로 기술에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냉전기인 1970~1980년대를 중심으로 30기 이상의 원자로를 인공위성에 탑재해 궤도에 올렸고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우주 임무용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비고농축 우라늄의 최대 공급국이기도 하다.
반면 NASA는 우주 원자로 분야에서 추격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1965년 원자로를 우주에 발사했지만 우주선의 별도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했고 이후 우주 원자력 프로그램에 20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음에도 원자로를 다시 배치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주 우위를 ‘미국 우선주의’의 일부로 내세웠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주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달 기지 초기에는 장비 보온과 탐사차량 충전에 태양광과 방사성동위원소 전력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모두 이미 우주에서 이 기술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기지가 커지면 이 방식만으로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기 어렵다.
특히 달의 밤은 지구 시간으로 2주 이상 이어져 태양광 패널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달 남극에서는 화씨 기준 영상 130도에서 영하 334도까지 극심한 온도 변화도 견뎌야 한다. 원자로는 햇빛이 없어도 작동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로 설계할 수 있으며 적절하게 만들어지면 사람의 개입도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게 NASA와 쿠르차토프연구소의 판단이다.
러시아는 국영기관에 ‘셀레나’라는 달 원자로를 2036년까지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중국 주도 달 기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이 원자로는 최대 10㎾의 전력을 생산하고 10년간 자율 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NASA의 ‘루나 리액터 1’은 20㎾의 전력을 생산해 사람의 개입 없이 5년간 작동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미국 가정 약 16곳이 사용하는 전력과 비슷한 규모다. NASA는 "러시아·중국이 원자로를 먼저 설치하면 사실상의 접근 제한구역을 만들 가능성을 우려해 개발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달 원자로 계획은 소형 원자로 업체에는 새로운 시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최대 10㎿를 생산하는 마이크로원자로는 데이터센터 전력을 충당하기에는 작지만 우주와 군사용 시장에서는 활용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안타레스를 우주용 마이크로원자로 개발·실증 기업으로 선정했으며, 안타레스는 NASA와 국방부의 달 원자로 사업에도 입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시된 일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된 데다. 실제 목표를 맞출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무겁고 잠재적으로 방사성을 띠는 장비를 울퉁불퉁한 달 표면에 안전하게 내려놓을 검증된 착륙선이 없고 저중력 환경에서 원자로를 설치한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달 기지 자체가 아직 건설되지 않아 필요한 전력량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
안전 문제도 있다. 유엔 우주 핵동력 실무그룹을 이끄는 레오폴트 주머러는 "로켓 발사 실패 사례가 많은 만큼 발사 단계가 큰 위험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로가 바다에 빠질 경우 물이 중성자를 느리게 만들어 핵분열 가능성을 높이고 연쇄 핵반응인 임계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