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을 시행령이나 지침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부처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공을 국회로 넘기는 바람에 2035년 개항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가덕도신공항건설특별법 개정으로 부지 조성 공사비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업체에 통보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수의계약 예비 대상자가 된 올 2월 약 10조7000억원의 공사비를 책정했으나 중동 전쟁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4000억~6000억원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재경부·예산처는 지난 1일 간담회를 열어 업체에 법 개정 방침을 설명하며 예비 계약을 맺고 예정대로 다음달 착공할 것을 요구했다. 업체들은 예비 계약서에 증액 조항을 넣거나 확약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거절했다. 확약서를 작성할 법령 근거가 없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업체와 예비 계약을 맺은 뒤 내년 본계약 때 증액해주기로 하고 사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건설사는 컨소시엄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 예비 공사만 해도 현장 지원시설 건립, 지반 다지기용 전용 선박 발주 등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데 대금 지급의 불확실성을 안고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35년 개항 스케줄을 맞추려면 다음달 예비공사를 시작하고 내년 본공사에 들어가야 한다. 공사비 증액은 총사업비 관리지침 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2~3주면 가능하다. 그럼에도 국회로 공이 넘어간 것은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맡은 예산처와 국가계약법 시행령 담당인 재경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서로 일을 미룬 탓이라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부처 간 다툼이 벌어지자 청와대가 법률 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가는 비상식적인 방안이며 전형적인 공무원의 책임 회피”라고 말했다.

이현일/박종필/유오상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