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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시간 일하고 연 12% 대박"…전기요금 폭탄 부른 정체
7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도입한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에서 낙찰을 받은 민간 컨소시엄들이 15년간 수천억 원 규모의 확정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호남과 제주 등 태양광 설비가 밀집한 지역에서 송전선로 부족으로 전기가 남아돌아 발전기를 강제로 끄는 '출력 제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대규모 배터리를 설치해 낮 동안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방전하도록 하고, 정부는 이 배터리 운영사들에게 15년 장기 계약을 통해 고정 대가를 지급한다. 문제는 정산 방식이다. 배터리가 실제로 전기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시간은 하루 4~6시간에 불과하지만, 계약 구조상 '24시간 언제든 가동 대기 상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24시간 전체 용량을 기준으로 정산금이 지급된다.
실제 의원실이 확인한 제주시범 사업 낙찰단가는 1㎾h당 50원이었다. 설비 용량에 24시간과 15년을 곱해 계산하면 사업자가 보장받는 총수익은 1511억1000만 원에 달한다. 사업비가 73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 대비 연간 단순수익률은 13.8%, 설비 운영비를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률은 11.8%에 이른다.
육지 사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광양 사업과 해남 사업의 낙찰단가는 1㎾h당 각각 27원과 19원이었다. 광양 사업은 총사업비 1900억 원에 15년간 3405억8800만 원(영업이익률 9.95%)을, 해남 사업은 1600억 원 투자에 2396억7360만 원(영업이익률 7.98%)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통상 원리금 회수가 확실하고 사업 위험이 거의 없는 국가 민자사업(BTL)의 기대수익률이 연 4~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고수익 구조다.
이처럼 물리적 한계가 뚜렷한 설비에 과도한 장기 수익을 쥐여주다 보니, 전력기금 낭비와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이 호남권에 치중된 대규모 ESS 중앙계약시장을 두고 "과거 무분별하게 들어선 재생에너지와 한국전력의 송전망 건설 지연이 빚어낸 정책 실패를 사후 수습하는 고비용 땜질 처방"이라고 꼬집은 이유다.
그는 전날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시장을 민간 재생에너지사업자들에 개방해야 한다"며 "기존에 재생발전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설비를 활용해서 하게 해줘야 ESS 확산도 빨라지고 비용이 저렴해진다"고 말했다.
현재 ESS 중앙계약시장은 전력거래소가 허가한 별도의 대규모 ESS 사이트를 짓느라 땅값과 송전선 접속비 등 수천억 원의 중복 투자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반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자기 발전소 부지 안에 ESS를 덧붙이게끔 인센티브를 주면, 추가 부지 매입이나 전력망 접속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민간 주도 ESS가 전국에 깔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제주는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이 열려서 가격 변동이 있기 때문에 일정 정도 사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ESS와 결합해서 가상발전소(VPP) 사업자로 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