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업체 제외" 슬그머니 삭제…컬리에 6.7억 쏜 기후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다회용 택배상자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컬리 등 대규모 유통업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국회에 보고한 뒤, 공모 시작 전 해당 조건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컬리가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사업비의 절반가량을 국비로 지원받았다.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기후부는 2025년 포장폐기물 저감을 위해 '다회용 택배상자 시장형성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당시 기후부는 국회에 대규모 유통업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사업 운영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 보낸 운영지침에는 해당 조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컬리의 사업신청서를 검토한 적격심의위원회도 컬리 다회용 택배상자인 '퍼플박스'를 지적했다. 퍼플박스는 고객이 직접 구매해 보관하다가 상품 주문 시 문 앞에 두면 담당자가 회수해가는 방식의 다회용 상자다. 위원회는 퍼플박스가 개인 소유 제품인 만큼 이를 택배상자로 볼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퍼플박스 할인만으로 소비자 이용을 확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컬리는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컬리는 총사업비 13억7800만원 가운데 약 6억7000만원을 국비로 지원받았다. 이중 퍼플박스 할인 보조비, 배송비 등 판촉 행사에 약 4억7000만원을 지출했다. 세척비로 쓴 금액은 67만원으로 국비의 0.1% 수준이었다. 당초 기후부가 국비를 다회용 택배상자의 회수·세척·재공급 비용 지원에 쓰겠다고 한 설명과 상반된다.

컬리는 약 7억6000만원의 자부담금 가운데 6억5000만원을 자사 쇼핑몰의 '퍼플박스 할인 행사 홍보 배너'에 사용했다. 실제로 외부에 지출한 금액은 약 1억원에 그친 셈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김 의원은 "국회에 '대규모 유통업체 제외'를 전제로 설명해 예산을 받아 놓고 실제로는 임의로 조건을 삭제하며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대형업체 판촉 행사를 세금으로 대신 치러준 행태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통해 경위와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sth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