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덩크, 또 에어포스, 또 조던"…나이키가 추락한 이유 됐다 [조셉의 패션 알쓸잡썰]
나이키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의 기준을 만들던 회사가 이제는 자신이 만든 기준에 붙잡혀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2026년 9월에는 S&P 100 구성 종목에서 제외됐고, 같은 해 8월 말로 끝난 분기 매출도 전년보다 4% 줄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온과 호카가 러닝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동안, 나이키는 덩크 로우와 에어 포스 1, 조던 같은 오래된 히트작을 반복해서 꺼내 들었다. 엘리엇 힐 CEO 역시 과거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복각해 공급해 왔다는 문제를 인정했다.

그렇다고 나이키가 기술 개발을 멈춘 것은 아니다. 러닝을 비롯한 퍼포먼스 사업에서는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새로운 제품과 기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으로 전에 없던 욕망을 만들어 내기보다 이미 성공한 신발의 수명을 늘리는 데 너무 오래 기대왔다는 것이다.

레전드 모델 복각은 강력한 치트키다.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고 익숙한 제품에 새로운 이야기를 붙이면 관심과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음 운동화도 왜 나이키여야 하는지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금의 나이키를 보고 있으면 20여 년 전 이 회사가 만들었던 이상한 신발들이 떠오른다. 클래식 모델의 헤리티지를 되풀이하기보다 신발은 왜 꼭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지 계속 질문하던 시절 말이다.
"또 덩크, 또 에어포스, 또 조던"…나이키가 추락한 이유 됐다 [조셉의 패션 알쓸잡썰]

1999년, 나이키는 신발의 본질부터 의심했다

1999년 1월 1일, 나이키는 알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러닝과 농구, 테니스 등 여러 종목에서 가장 앞선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제품에는 작은 점 다섯 개가 일렬로 붙었다. 선수와 대화하고 문제를 발견한 뒤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고, 시험하고, 다시 증명하는 개발 과정을 상징했다. 당시 나이키는 기존 운동화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운동화의 형태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부터 다시 물었다.
"또 덩크, 또 에어포스, 또 조던"…나이키가 추락한 이유 됐다 [조셉의 패션 알쓸잡썰]
대표적인 결과물이 2000년 등장한 에어 프레스토다. 시작은 1996년 한국이었다. 팅커 햇필드의 동생이자 나이키에서 풋웨어 개발을 담당하던 토비 햇필드는 한국에서 생산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급받은 러닝화를 신었다. 일어서자 신발 입구가 발목의 형태를 따라 바깥으로 벌어졌다. 러너 조사에서 발과 신발이 서로 싸우지 않는 착용감과 슬리퍼처럼 편안한 신발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는 여기서 새로운 신발의 단서를 얻었다.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소재였다. 그가 선택한 것은 통기성을 확보하면서 여러 방향으로 늘어나는 스페이서 메쉬였다. 여기에 발 중간을 감싸는 플라스틱 케이지를 더해 형태를 잡았다. 사이즈 방식도 달랐다. 프레스토는 기존 운동화처럼 촘촘하게 숫자로 나누는 대신 옷을 고르듯 몇 개의 범위로 단순화했다. 운동화를 옷처럼 생각해보자는 발상이 제품의 구조와 판매 방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신발끈을 없애고, 뼈대를 꺼냈다

에어 쿠키니는 더 이상했다. 신발끈이 사라지고 거미줄처럼 생긴 구조물이 발을 감쌌다. 디자이너 숀 맥도웰은 알파인 스키 선수 피카보 스트리트의 경기복에서 본 거미줄 그래픽에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거미줄 모양과 일반적인 신발끈을 함께 사용했지만, 실험을 거치면서 끈을 없애고 신축성 있는 풋 웹 구조만으로 발을 잡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또 덩크, 또 에어포스, 또 조던"…나이키가 추락한 이유 됐다 [조셉의 패션 알쓸잡썰]
철인 3종 경기 선수 마크 앨런의 의견도 더해졌다. 장시간 운동 중 몸에 뿌린 물이 다리를 타고 신발 안에 고이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발 과정에서는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수 구조를 더하는 실험도 이어졌다. 오늘날 보면 전형적인 Y2K 테크 슈즈처럼 보이지만, 당시 쿠키니의 낯선 모습은 시각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기능으로 바꾸려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에어 줌 세이즈믹은 또 다른 방법으로 구조를 드러냈다. 옆면을 따라 뻗은 곡선형 구조가 발등의 신발끈과 연결되고, 그 아래에는 굴곡이 강조된 밑창이 놓였다. 쿠키니가 거미줄을 둘렀다면 세이즈믹은 갈비뼈를 두른 것처럼 보였다. 장식을 덧붙이지 않아도 구조 자체가 디자인이 된 셈이다.

이 낯선 신발은 2001년 후지와라 히로시가 선정한 모노톤 팩에도 포함됐다. 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퍼포먼스 슈즈가 당시 스트리트 패션의 취향을 이끌던 인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스포츠를 위해 고안한 낯선 구조가 운동장 밖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취향으로 받아들여진 장면이었다.

이상한 러닝화는 어떻게 거리의 취향이 됐나

알파 프로젝트와 같은 시기 등장한 에어 우븐 역시 당시 나이키가 신발의 형태를 얼마나 자유롭게 생각했는지 보여준다. 2000년 마이크 아베니가 디자인한 이 신발은 여러 패널을 잘라 봉제하는 대신 신축성 있는 소재를 서로 엮어 어퍼를 만들었다. 이 직조 방식은 훗날 1996년 등장한 에어 풋스케이프의 비대칭 구조와 만나 풋스케이프 우븐 같은 하이브리드로 이어졌다. 나이키는 러닝화와 라이프스타일화의 익숙한 문법을 거리낌 없이 해체하고 있었다.
"또 덩크, 또 에어포스, 또 조던"…나이키가 추락한 이유 됐다 [조셉의 패션 알쓸잡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신발들이 스포츠 영역에서만 소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나이키 코즙(일본 한정 기획 라인)를 중심으로 독특한 스니커 문화가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기획한 특별한 컬러와 제품을 일부 매장에 제한적으로 유통하면서 신발의 희소성과 그것을 판매하는 장소 자체가 문화적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에어 포스 1과 덩크처럼 익숙한 모델도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었고, 에어 우븐처럼 낯선 제품 역시 일본 스트리트 신에서 취향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방식은 이후 뉴욕과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의 영향력 있는 편집숍으로 확장됐다. 특정 매장과 지역을 골라 제한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은 이후 퀵스트라이크와 티어 제로 같은 세분화된 유통 전략의 중요한 선행 사례가 됐다.

나이키가 되찾아야 할 것은 복각이 아니라 태도다

그렇다면 오늘날 나이키의 문제를 단순히 한정판 장사를 너무 많이 했다거나 색칠 놀이에 빠졌다고 설명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과거의 나이키 역시 색을 바꿨고 한정판을 만들었으며 유명 디자이너와 문화계 인물을 끌어들였다. 프레스토는 출시 당시 각 컬러에 독특한 이름을 붙이고 개성 강한 광고를 만들었고, 나이키 코즙 역시 색상과 희소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차이는 마케팅을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더 크게 보여주고 있었느냐에 있다. 낯선 제품을 세상에 이해시키기 위해 희소성을 이용하는 것과 익숙한 제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희소성을 만드는 것은 겉으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자에서는 제품이 먼저이고 마케팅이 뒤따른다. 후자에서는 때때로 마케팅이 제품을 대신한다.

엘리엇 힐 체제의 나이키는 퍼포먼스 스포츠를 다시 중심에 놓으려 하고 있다. 회사도 최근 퍼포먼스 사업의 진전을 강조하는 한편 나이키 스포츠웨어와 조던 브랜드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이키가 1999년에서 가져와야 할 것은 무엇일까.
"또 덩크, 또 에어포스, 또 조던"…나이키가 추락한 이유 됐다 [조셉의 패션 알쓸잡썰]
아마도 가져와야 하는 것은 그때의 태도다. 신발끈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운동화 사이즈는 왜 숫자로 촘촘하게 나눠야 하는지, 어퍼는 꼭 여러 조각을 잘라 봉제해야 하는지처럼 모두가 익숙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 것부터 다시 묻는 태도 말이다.

나이키는 사람들이 원하는 신발을 잘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직 원한다고 생각해본 적조차 없는 신발을 먼저 만들어 보여주던 회사였다. 그렇게 낯선 제품이 등장하면 거리의 소비자와 편집숍, 디자이너들이 그 신발에 새로운 의미를 붙였다. 지금 필요한 것도 결국 이 순서를 되찾는 일일지 모른다.

협업을 그만둘 필요도 없고 한정판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색을 바꾸는 것 역시 패션에서는 중요하다. 다만 그 모든 것을 얹을 새로운 뼈대가 먼저 있어야 한다. 나이키에 필요한 것은 색칠을 멈추는 일이 아니다. 다시 한번 세상이 색칠하고 싶어 할 새로운 형태를 발명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