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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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확산에 따른 반사수혜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K푸드 열풍이라고 업계는 풀이했다. 수십 년 전부터 단행된 현지 생산 인프라 구축과 유통망 선점 투자가 K콘텐츠 인기와 만나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 기업들 매출 구조는 해외 사업 비중이 내수를 넘어선 지 오래다. 사실상 해외 비중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글로벌 불닭볶음면 열풍을 등에 업은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이 80%에 달한다. 오리온도 연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70%를 상회하며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운 CJ제일제당 역시 해외 식품 부문 매출이 전체 식품 사업의 50%를 넘어섰다. 농심 역시 해외법인 매출 비중도 30%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오리온 중국 셴양공장 전경. /사진=오리온
오리온 중국 셴양공장 전경. /사진=오리온
이들 기업의 해외 시장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오리온은 현지 직접 생산 원칙을 앞세워 입지를 다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이전인 1980년대 익산공장 건립 등을 통해 해외 진출 밑그림을 그렸다. 미수교국을 향한 투자라는 우려 속에서도 준비된 생산 기지를 바탕으로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 1990년대 중반 베이징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랑팡, 상하이, 광저우, 선양 등에 생산 공장을 잇달아 건립했다. 발 빠른 투자가 성과를 내면서 중국 법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3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0% 증가했다.

과거 글로벌 스낵 기업 프리토레이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기술적 기반을 다졌던 오리온은 글로벌 브랜드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합작 관계를 정리하고 독자 노선을 택했다.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한국, 베트남 등 주요 생감자스낵 시장에서 포카칩 등을 앞세워 프리토레이의 '레이즈'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오리온은 선양공장 스윙칩 라인 증설 등 생산 능력을 키우는 한편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 등지에 생산 기지를 가동하며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9개의 글로벌 메가브랜드를 6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농심의 경우 1971년 정부로부터 수출식품영업허가를 취득한 뒤 그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소고기라면을 처음 수출하며 해외 진출 물꼬를 텄다. 1981년 일본 도쿄사무소를 개소한 데 이어 1994년 미국법인을 설립했고, 2005년 LA 제1공장을 완공하며 북미 주류 유통망 공략을 본격화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1996년 상하이공장을 시작으로 현지 공급망을 다졌다.

최근에는 북미 현대유통 채널 확대와 함께 서유럽 중심의 유럽법인이 성장을 견인하는 추세다. 특히 농심은 영국 테스코, 독일 레베, 프랑스 까르푸 등 유럽 핵심 유통 채널을 거점으로 삼고 세계 3대 식품박람회 중 하나인 '시알 파리 2026'에 참가해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 통합한국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 통합한국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CJ제일제당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유통망을 일거에 흡수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2018년 미국의 대형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go 북미 전역을 아우르는 물류 네트워크와 생산 기지를 확보했다. 이를 발판 삼아 '비비고 만두'와 '햇반' 등 핵심 전략제품을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에 대거 입점시켰다.

이를 통해 지난 2분기 미주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조2257억원을 기록했다. 만두와 햇반 매출이 각각 31%, 49% 늘며 실적을 견인했다. CJ제일제당은 유럽과 베트남, 오세아니아 등 아시아·태평양 권역까지 현지 유통망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삼양식품은 해외에 대규모 현지 공장을 직접 짓는 대신, 국내 제조 기반의 직수출 방식을 채택했다. 밀양공장 등을 거점으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세계적인 '불닭' 브랜드의 폭발적 팬덤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다. 해외 현지 공장 운영에 따른 고정비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대량 생산 체제로 물류와 원가 구조를 단순화해 글로벌 마진율을 극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K컬처가 세계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린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무대 위에서 실질적으로 살아남아 루틴으로 자리 잡은 것은 수십 년간 축적된 철저한 현지화 제품력과 인프라의 힘"이라며 "K푸드는 이제 일시적 유행을 넘어 글로벌 식품 시장의 주류로 확실하게 뿌리내렸다"고 평가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