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적용하면 고용 축소, 자영업 폐업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 의뢰로 음식점·숙박업·소매업 사업주 41명의 심층 면접을 거쳐 작성한 용역보고서에 담긴 경고다.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배제하고 있는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공휴일 유급휴무 등 근로기준법상 핵심 조항의 전면 적용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노동연구원 보고서는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가 자영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손해가 나는 ‘마이너스섬 게임’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영세 사업자 78%(32명)가 감원(16명), 쪼개기 고용(8명), 임금 인하(5명) 등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식의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17%(7명)에 그쳤다. 연장근로 가산수당만 적용해도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추가 인건비가 연 1조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해고 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등의 복잡한 행정절차까지 더해지면 소상공인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보고서 결론이다.

정책 도입 취지와 달리 취약계층 노동자의 근무환경을 더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담겼다. 직원이 두세 명에 불과한 사업장에서 유급연차휴가 보장으로 한 명이 빠지면 출근한 직원은 업무 강도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질 수 있다. 주 15시간 근로를 넘기면 퇴직금에 주휴수당까지 줘야 해 고용주로선 초단기 근로자 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모성보호 조항의 전면 적용으로 임신부가 고용시장의 가장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대화’를 준비하는 등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를 밀어붙일 태세지만 과유불급이다.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힘든 제도의 강요는 청년·고령층의 생계형 일자리마저 파괴해 골목상권 생태계를 직격할 가능성이 크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도 유급 대체공휴일을 보장해달라’며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 위헌소송이 한 달 전 헌재에서 각하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63%로 민생경제의 모세혈관이다. 이분법적 탁상행정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