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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맞는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이지스의 공간생각]
AI 레디(AI Ready)와 상업용 부동산의 임차경쟁력
김현수 이지스자산운용 공간솔루션센터장(상무)
김현수 이지스자산운용 공간솔루션센터장(상무)
오피스 자산가치의 동력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이유는 산업의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변화해서다. 팬데믹 이후 겐슬러(Gensler)의 2024년 조사에서 고품질 빌딩 근무자의 80%가 자기 회사를 훌륭한 일터로 평가한 반면 저품질 빌딩에서는 43%에 그쳤다. 공간의 품질이 개인의 소속감과 기업의 채용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런 경향으로 인해 오피스는 입지(1세대), 스펙(2세대)을 거쳐 경험이 승부를 가르는 3세대로 진화했다.
오피스의 세대별 진화
AI 레디는 설비가 아니라 전략이다
온 세상이 AI다. 상업용 부동산도 AI를 피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 섹터 외에도, 오피스 자산가치 역시 이 시대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개념이 AI 레디 오피스(AI Ready Office)다. AI 레디란 건물이 AI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읽고 스스로 최적화하는 능력을 설계 단계부터 내장한 상태다.이는 디지털 전환(DX) 및 빌딩 운영체제(OS)와 맞물려 있다. 디지털 전환과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건물은 준공 후에도 업데이트로 자란다. 센서, 데이터 배관, AI 연계 공조, 그리고 필요하다면 로봇 동선까지 계획한다. 이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되어야 한다. 적정 단계를 지나친 후 적용하려면, 공사 중에 다시 벽을 뜯어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AI 레디는 기술팀의 설비 사양이 아니라 투자와 운용이 가장 먼저 내려야 할 의사결정이다.
자산가치의 두 축: 임차경쟁력과 경영경쟁력
상업용 오피스의 가치는 두 축으로 이뤄진다. 임차경쟁력과 경영경쟁력이다. 임차경쟁력은 임차사와 공간 사용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가치이며 정성적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량 가치에 직결된다. 임대차 전환 속도와 임대료, 임대차 지속력(가중평균 임대 잔여기간·WALE), 그리고 자산가치평가의 기준이 되는 자본환원율(Cap Rate)로 연결된다. 경영경쟁력은 자산운용과 임대인의 경영·재무 효율성의 가치이며 정량적이다. 순영업이익(NOI)을 비롯한 비용 구조와 운용 기간 중의 재무적 소득으로 이어진다.매입가·공사비·금융비용·인허가 등의 원가경쟁력은 시장에서 같은 조건으로 출발하여 경쟁하게 된다. 따라서 차별화는 이 두 축이 벌린다.
AI 레디와 자산가치
임차경쟁력 측면에서 AI 레디는 ESG와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한다. 공조·공기 질·냉난방·조도·쾌적성 등 환경을 데이터로 읽고 최적화하면 구성원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이는 임차사의 채용경쟁력과 기업가치로 이어진다.경영경쟁력 측면에서 AI 레디 기반의 자산·시설관리(PM·FM) 플랫폼화가 중요하다. 설비 운영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공조를 선제 제어하고 예지 정비를 수행하면, ESG와 공간 품질을 끌어올리면서도 에너지·유지보수 비용은 줄어든다. 에너지는 운영경비의 약 3분의 1(미국 환경보호청 ‘에너지스타’)이므로 절감분은 곧바로 순영업이익으로, 낮은 자본환원율 환경에서는 자산가치로 환산된다.
실사례
위의 관점에서 임차경쟁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필자가 자주 꼽는 자산으로, JP모간체이스 본사 ‘270 파크 애비뉴’가 있다. 이 건물은 실내 공기 품질을 높여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 1인당 시간당 약 68㎥(40CFM)의 외기를 공급한다. 미국냉난방공조공학회(ASHRAE) 최소 기준의 두 배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환기를 두 배로 늘리는 비용은 1인당 연 수십 달러지만 생산성 이득은 연 수천 달러다. 이 건물은 건물 운영 에너지를 100% 전기로 충당하는 ‘올 일렉트릭(All-electric)’ 설계와 5만 개 이상의 연결 기기,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으로 에너지 수요를 예측·선제 제어해, 환기를 두 배로 늘리고도 넷제로를 표방한다.
경영경쟁력의 사례는 글로벌 운용사의 AI 플랫폼이다. JLL이 2022년 인수한 ‘행크(Hank)’는 건물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공조설비(HVAC)를 실시간 미세 조정하는 AI 플랫폼이다. JLL은 이로써 에너지 비용을 20~30% 줄인다고 밝힌다. 보스턴의 한 복합 자산에서는 공조 에너지 19% 절감을 실증했다. CBRE 역시 AI 기반의 스마트 시설관리 플랫폼 ‘넥서스(Nexus)’를 2만여 고객 사이트, 10억 평방피트에 적용해 유지보수 비용과 에너지 소비를 최대 20%, 기술자 출동을 평균 25% 줄였다고 발표했다.
국내 사례로는 팩토리얼 성수가 있다. 삼성전자·현대차그룹·핀포인트와 구축한 빌딩 운영체제로 여름철 냉방 에너지를 약 27% 줄였고(부경대 분석, 삼성전자 뉴스룸 2026.1), 준공 전 사전 임대율 100%에 성수동 평균보다 약 13% 높은 임대료를 받았다. CES 2025 혁신상과 와이어드스코어(WiredScore)·스마트스코어(SmartScore) 골드 인증을 획득했고, 2025년 12월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임차와 경영의 가치 두 축이 한 자산에서 동시에 작동한 결과이며, 사내 상설 조직인 공간솔루션센터가 매각될 때까지 기획-구현-운영을 책임져 재현 가능한 내부 역량으로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