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적자를 냈다’는 이유로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받는 상장 바이오기업이 작년 대비 4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개발(R&D) 지출이 많은 산업 특성에 맞춰 한국거래소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리종목 무더기로 지정될 듯

한국경제신문이 4일 더올회계법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올해 ‘법차손’ 규정으로 인해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인 상장 바이오기업은 17곳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기술특례상장 바이오기업의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연간 재무 상태를 추정한 결과다.

법차손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의 줄임말로, 법인세비용을 차감하기 전 기업이 계속 영위하는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뜻한다. 영업손익에 이자 비용 등 영업외손익을 반영해 산출한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은 과거 3년간의 법차손 규모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지정 요건은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에서 각각 해당 사업연도 말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서 10억원 이상인 법차손을 기록하고, 최근 사업연도에도 법차손이 발생한 경우다. 관리종목 지정 다음 해에도 10억원 이상인 법차손이 발생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오른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이 규정에 근거해 관리종목이 된 바이오기업은 2024년 2곳에 그쳤으나, 지난해 12곳으로 급증했다. 2018년 전후 바이오기업 기업공개(IPO)가 늘어난 데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법차손 규정 적용 유예기간(상장일이 속한 사업연도를 포함한 3개 사업연도)이 차례로 끝났기 때문이다.

최근 바이오업계 주가 하락으로 전반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관리종목 지정은 회사를 유동성 위기로 내몰 수 있다.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을 부실 위험 기업으로 인식해 전환사채(CB)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해당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도 막힌다.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KRX 헬스케어 지수는 지난 2일 3624.19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25.5% 떨어졌다.
"이러다 돈줄 다 막힐 판"…신약 만들던 기업들 '초비상'

◇R&D 투자 위축 우려

적자 규모를 기준으로 관리종목에 지정하는 규정은 바이오기업의 경쟁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많은 바이오기업은 당장 적자를 줄이기 위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부가적인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R&D 지출을 줄여야 해 목표했던 신약 개발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 등에 따르면 바이오기업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임상 1상(안전성 검증)에 들어가기까지 통상 1년 6개월에서 2년이 걸린다. 임상에 들어간 후보물질이 1상을 끝내는 데는 평균 2.3년, 임상 진입 뒤 3상(허가 전 대규모 검증)까지 마치고 신약 허가를 받는 데는 10.5년이 소요된다. 거래소 규정대로라면 후보물질을 발굴한 시점에 상장한 기업은 1상을 마치기 전에 법차손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조완석 더올 대표는 “신약 개발 기업은 비용을 쓰는 시점과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 사이의 격차가 큰 게 일반적”이라며 “바이오산업에 한해서는 법차손 규제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상당수 바이오기업은 장기간 외부 자금조달에 의존하며 R&D에 집중한다. 미국 바이오기업 투자자문사인 써미트파트너스의 권경혁 대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기업 약 750곳 중 절반 정도는 과거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외부 자금 조달을 지속하며 R&D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