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1900명 출근지 통보 이뤄져…책상·정수기만 덩그러니
걱정스러운 수사관들…킥스 없어 수기로 고발장 접수하기도
"이제 우리 검사 아니야" 어수선한 첫 출근…'중수청 시대' 개막
"중대범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키는 믿음직한 중대범죄수사청이 되겠습니다"

2일 새로 문을 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이 입주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 들어서자 대형 화면에 이러한 문구가 크게 띄워졌다.

개청식이 열리는 이날 오전 르네스퀘어 빌딩은 직원들과 취재진, 관내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들로 어수선했다.

한 직원은 입구를 찾지 못해 허둥지둥 발걸음을 옮겼고, 아직 신분증이 발급되지 않은 만큼 안내 직원은 재차 "공무원증을 패용해달라"고 공지했다.

정장 차림을 한 직원들은 사무실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과거 근무 인연이 있는 동료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새 출발로 들뜬 표정인 이들도 있지만, 긴장된 모습으로 휴대전화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직원들은 변화한 호칭에 낯설어하기도 했다.

한 수사관이 다른 동료에게 "이제 검사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공소청은 검사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중수청은 '수사관' 호칭을 쓴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일부 사무실은 컴퓨터와 책상이 비치돼 바로 업무가 가능해 보였지만, 또 일부는 정수기와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했다.

한 직원은 "와서 현장을 직접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갖춰진 게 없어 실제 업무에 들어가려면 한참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이제 우리 검사 아니야" 어수선한 첫 출근…'중수청 시대' 개막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중수청 임용이 정해진 1천900여명에 대한 발령지 통지는 모두 이뤄졌다.

간부급인 2∼4급은 발령지와 보직까지 통보가 이뤄졌지만, 5급 이하는 발령지만 안내받은 상태다.

개청준비단은 특례 임용 당시 직원들에게 통근버스를 제공하겠다고 알리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는 수사관 중 직접 차편을 구해 이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내부 전산망이 미비해 관련 업무가 수기로 이뤄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민원실에 있던 한 직원은 사건 이송을 요청하러 온 민원인의 신분증과 서류를 복사하고 있었다.

해당 직원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이 깔리지 않아 수기로 고발장 등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은 자체 킥스를 구축하기 전까지 경찰 킥스를 빌려 쓸 예정이다.

다만 출범 직후에는 킥스 기능 중 일부만 구현된다.
"이제 우리 검사 아니야" 어수선한 첫 출근…'중수청 시대' 개막
강원권 업무까지 담당해야 하는 부담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수사관은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을 다 잡아먹게 생겼다"며 "사건을 어떻게 신속히 끝낼 수 있겠나"라고 푸념했다.

구속된 피의자를 수용할 유치장이 내부에 마련되어 있지 않아 업무에 상당한 불편함이 예상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청은 서울 수서·성동·서초경찰서의 유치장을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수사관은 "경찰이 서울청에 내준 유치장이 강남권에 위치한 만큼 아무래도 비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부 수사관들은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안착시키기 위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 수사관은 "어려운 환경이라지만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고, 또 다른 수사관도 "이왕 시작한 만큼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침 출근길에 올랐다"고 했다.
"이제 우리 검사 아니야" 어수선한 첫 출근…'중수청 시대' 개막
이날 중수청은 르네스퀘어 빌딩에서 개막식을 열고 출범을 알렸다.

전날에는 중수청 차장과 지방중수청장 등 1급 수사관 7명의 임용 예정자를 발표하는 첫 인사가 단행되기도 했다.

5급 수사관들에 대한 임용권은 중수청장에게 위임된 만큼 이날 청장 대행인 전종민 중수청 차장이 임용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