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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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에비스 맥주를 맛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다. 특히 20~30대로 보이는 젊은 방문객들이 지인들과 함께 매장을 찾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약 고객은 맥주 2잔과 안주 2종으로 구성된 3만6000원짜리 페어링 세트를 이용해야 한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인기 시간대 예약은 대부분 마감됐다. 최근 젊은 층 중심으로 술을 덜 마시는 추세와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이곳은 일본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에비스의 팝업 매장 '에비스 더 라운지'다. 한국 공식 수입·유통사 엠즈베버리지가 더현대 서울 와인웍스와 손잡고 지난달 26일 문을 열었다. 오는 11일까지 운영한다.

이곳은 생맥주만 판매하는 일반 맥주 매장과 다르다. 맥주를 따르는 방법부터 음식과의 조합까지 하나의 코스로 구성했다. 술을 많이 마시기보다 어떤 술을 어떻게 즐길지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주류업계가 '음용량' 대신 한 잔에서 얻는 경험을 차별화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사진=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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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술 덜 마신다는데…맥주 팝업은 북적

실제 국내 소비자의 음주 빈도와 음주량은 감소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술을 마시는 성인 남녀 2000명의 2024년 월평균 음주 빈도는 8.8일이었다. 전년(9.0일)보다 줄었다. 하루 평균 음주량도 같은 기간 6.7잔에서 6.6잔으로 감소했다.

20대의 음주 빈도는 더 낮았다. 20대 남성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7.7일이었다. 20대 여성은 7.2일로 조사됐다. 모두 다른 연령대보다 낮았다. 전체 주류 출고량도 줄고 있다.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1371kL였다. 전년 323만7036kL보다 2.7% 감소했다. 2015년 401만5000kL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20% 넘게 줄었다.

다만 이를 젊은 소비자가 술 자체를 외면하기보단 '술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에비스가 택한 전략도 '더 많이 마시는 맥주'와는 거리가 있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따르는 순간부터 음식과 곁들이는 과정까지 즐기도록 설계했다.

같은 맥주인데 맛이 다르다…'따르는 법'까지 상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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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프로그램은 맥주를 이해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도슨트가 에비스의 역사와 브랜드 철학을 소개한다. 바디감과 마일드함, 쌉싸름함 등 맥주의 맛을 표현하는 방법도 설명한다. 이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따른 에비스 생맥주를 음식과 함께 맛본다.

첫 잔은 '에비스 오리지널'이다. 맥주와 거품을 7대3 비율로 맞추는 정통 푸어링 방식으로 따른다. 실제 잔 위에는 촘촘한 거품층이 만들어졌다. 함께 나온 플레이트에는 소시지와 구운 문어, 감자튀김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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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잔부터 차이가 선명해졌다. '에비스 여운'은 잔부터 달랐다. 맥주를 따르는 방식도 바뀌었다. 거품이 잔 위까지 풍성하게 올라오는 '오버플로우 푸어링' 방식이다. 엠즈베버리지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에비스의 푸어링 방식이다. 안주로는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나왔다. 맥주 한 잔을 디저트 코스처럼 즐기도록 구성했다.

맥주를 '따르는 행위'까지 콘텐츠로 만든 셈이다. 어떤 잔을 쓰는지, 거품을 얼마나 만드는지, 어떤 음식과 곁들이는지가 모두 경험의 일부가 됐다.

NFC 키링도 같은 역할을 한다. 예약 고객에게 제공하는 에비스 로고 모양의 아크릴 키링에 스마트폰을 대면 브랜드 관련 정보와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다. 맥주를 마시는 데서 끝내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까지 경험을 연결했다.

에비스는 13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 맥주 브랜드다. 한국에는 2017년 진출했다. 맥아와 아로마 홉, 물을 사용하는 올 몰트 맥주를 내세운다. 오랜 역사와 원재료를 강조해온 프리미엄 전략에 '푸어링'이라는 체험 요소를 더한 것이다.

술 덜 마셔도 '한 잔의 이유' 만든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류업계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소비자가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이 줄면 판매량 확대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젊은 층의 절주 경향이 강해질수록 브랜드에는 다른 숙제가 생긴다. 소비자가 수많은 술 가운데 특정 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날 매장의 풍경도 이를 보여줬다. 방문객들은 맥주를 연달아 주문하기보다 두 잔의 색과 거품을 비교했다. 음식을 곁들여 천천히 맛보는 사람도 많았다. 술 자체보다 함께 보내는 시간과 경험을 즐기는 모습에 가까웠다.

지인들과 에비스 더 라운지를 찾은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술을 많이 먹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한두 잔 마시는 것은 좋아한다"며 "일본의 고급 생맥주를 맛볼 수 있다고 해 예약해서 방문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