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조감도  / 사진=부산시 제공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 사진=부산시 제공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 공사비 증액 방식을 놓고 다투다 국회로 공을 넘겼다. 사업에 참여한 지역 건설 업체들이 적정 공사비를 제때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면서, 컨소시엄 탈퇴를 검토하고 나섰다. 당초 2029년으로 예정했던 신공항 개항이 이미 수 차례 밀려 2035년까지 미뤄진 가운데, 오는 11월 착공이 또 지연될 우려가 나온다. 국정감사와 예산 시즌을 앞둔 국회 여·야가 적기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개정해 사업비 증액 근거를 마련해줄지가 미지수인 탓이다.

건설사 "부도 위험 안고 공사 못 해"

6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침·시행령 개정으로도 가능한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비 증액을 특별법 개정 방식으로 추진키로 하고 최근 업체들에 통보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 2월엔 약 10조7000억원의 공사비를 책정했으나 중동 전쟁 등으로 물가가 급등했다. 기업들은 4000억~6000억원의 추가 증액을 요청하고 있다. 공사 본계약 후 물가가 상승할 경우 증액할 근거가 있지만, 이번처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계약 전에 물가가 오른 상황은 법령의 공백 상태다.

국토교통부와 재경부·예산처는 지난 1일 간담회를 열어 업체들에 법 개정 방침을 설명하며 예비 계약을 맺고 예정대로 11월에 착공할 것을 요청했다. 업체들은 예비 계약서에 증액 조항을 넣거나 확약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거절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업체들과 예비 계약을 하고 내년 본계약 때 증액해주기로 하고 사업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건설사들은 그러나 컨소시엄 탈퇴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공사대금 지급의 불확실성을 안고 무조건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비 공사만 해도 현장 지원시설 건립, 지반 다지기용 강관 말뚝을 박기 위한 전용 선박 발주, 약 3000억원에 달하는 보험 계약 체결 등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컨소시엄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을 미리 투입할 경우 지방 업체들의 경우 유동성이 수 개월만 막혀도 부도 위기에 몰린다”며 “적정 공사비 지급을 보장받기 전엔 일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형평성 시비 우려

공사비 증액을 위해 총사업비 관리지침 지침 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2~3주면 가능하다. 그럼에도 국회에 일을 미룬 것은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맡은 기획예산처와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담당한 재정경제부가 책임질 일을 피하기 위해 서로 다툰 탓이다. 김 의원은 “부처 간 다툼이 벌어지자 청와대가 법률 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가는 비상식적인 방안이며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책임회피”라고 비판했다. 법률 개정은 최소 수 개월이 걸리는 데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대구·경북권 의원들이 군위 신공항 국비 지원을 요구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등의 돌발 변수 우려도 나온다.

가덕도신공항만 특별법을 개정해 공사비를 증액해줄 경우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지침이나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최근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든 사업 공사비 증액이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을 포함해 총 30조원 가량의 공공공사가 물가 급등으로 인한 계약 금액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일/박종필/유오상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