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 아살 "인간의 가장 어두운 심연으로 떠나볼게요"
독일의 율리우스 아살(29·사진)은 콩쿠르 타이틀보다 독창적인 프로그램 기획으로 이름을 알린 차세대 피아니스트다. 2024년 DG 데뷔 앨범에서 그는 200여 년 시차를 둔 스크랴빈과 스카를라티의 작품을 엮고 자신의 즉흥곡을 더해 화제를 모았다. 여덟 살 때부터 즉흥연주를 해온 그를 DG는 “타고난 즉흥연주자이자 예리한 사유가”로 소개한다.

넘치는 개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살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5일 대전을 시작으로 하는 첫번째 리사이틀 투어다. 공연을 앞두고 베를린 자택에 있는 그와 화상으로 만났다.

◇심연으로 떠나는 여정

“예술가들, 특히 작곡가들이 평생에 걸쳐 어떻게 변했는지 지켜보는 건 저한텐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에요.”

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리는 내한 무대는 한 작곡가에 대한 탐구를 넘어 인간의 가장 어두운 심연으로 다가선다. 무대는 솟구치는 열정이 담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번으로 문을 열고, 어둠과 고통의 시간을 건너 고요에 이른 32번으로 막을 내린다.

두 곡 사이에 놓인 작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엠마 하우크의 러브 레터’다. 러시아 태생인 미국 작곡가 레라 아우어바흐가 아살에게 헌정한 이 작품은 아시아 초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아살은 이 곡에 대해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남편을 그리워하는 독일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며 “마치 악령과 싸우듯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선율”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에서 아살이 그리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가장 어두운 심연으로 떠나는 여정”이다. “하지만 그 여정 끝에 만나는 빛은 마냥 밝지만은 않아요. 어둠의 잔상을 품은 모습이죠.”

◇건반 위의 펜싱 ‘즉흥연주’

이번 투어에선 지역마다 프로그램이 조금씩 다르다. 대전(5일)과 강릉(21일)에선 즉흥연주를 결합한 드뷔시의 프렐류드를, 수원(6일)에선 베토벤을 주제로 한 즉흥연주를 들려준다. 그에게 즉흥연주는 음악이 가진 찰나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다시 반복될 수 없다는 게 음악이 가진 아름다움이에요. 미술품처럼 어딘가에 놓고 두고두고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음악을 만든다는 건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일이고, 그게 바로 음악의 마법이에요.”

아살이 최근 꽂힌 운동인 펜싱도 즉흥연주와 닮았다. 그는 “펜싱은 상대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운동”이라며 “즉흥연주를 할 때도 나 자신과 겨루듯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24년 내한 때 앙코르만 여섯 곡을 연주했던 아살. 그는 최근 한 한국인 연주자가 앙코르 열 곡으로 기록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자 웃으며 답했다. “더 많이 연주할 준비가 돼 있어요. 관객이 원한다면 얼마든지요!”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