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전기차 전환에 실패한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자율주행과 배터리 등에서 중국 기업과 잇달아 손잡고 있다. 수익 배분과 로열티 지급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지더라도 핵심 기술을 단기간에 내재화해 미국·중국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유럽 내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한국 완성차·배터리 회사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폭스바겐은 어쩌다 中 샤오펑·궈쉬안에 손 내밀었나
29일 외신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중국 궈쉬안과 유럽에서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궈쉬안은 우선 폭스바겐그룹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의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 지분 49%를 11억유로(약 1조70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생산 기지로 활용된다. 여기에 4억7000만유로(약 72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해 슬로바키아 슈라니와 모로코 케니트라에 각각 배터리 셀과 양극재 생산 기지를 설립한다. 두 공장의 지분은 궈쉬안이 51%, 폭스바겐그룹이 49%를 보유한다.

폭스바겐그룹이 유럽 내 배터리 공장 지분을 절반이나 떼주면서 중국 기업과의 협업에 나선 이유는 뒤처진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위해서다. 그룹은 2019년부터 파워코를 통해 배터리 자체 개발·생산을 시도했지만 배터리 원가와 공장 수율을 잡지 못해 양산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벌어진 전기차 기술력을 하루라도 빨리 따라가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중국 기업 손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샤오펑과 손잡은 자율주행 부문도 마찬가지다. 2020년 소프트웨어 조직 ‘카리아드’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늘어나는 투자 비용 부담에 포기를 선언했다.

전기차의 핵심인 자율주행과 배터리 독자 개발에 실패하면서 폭스바겐그룹의 수익성도 악화했다. 2024년 190억6000만유로(약 29조3700억원)이던 그룹 영업이익은 지난해 88억6800만유로(약 13조6000억원)로 확 줄었다. 수익성 악화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폭스바겐그룹은 10만 명 규모의 사상 최대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유럽 내 완성차 회사와 중국 기업의 협력은 한국 완성차 회사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은 전기차 등 주요 산업에서 부품의 70% 이상을 EU산으로 조달하고 역내 조립을 의무화하는 산업가속화법(IAA)을 논의 중이다. 유럽 내 공장 등 생산 시설이 없는 중국 기업엔 치명적인 법안이지만 중국 기업은 유럽 내 기업과 합작하는 방식으로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