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은퇴자의 나이보다 전문성과 업무 노하우에 주목하면서 고용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정규 임원을 상시 고용하는 데 따른 부담을 덜고 특정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문성만 빌려 쓰려는 수요가 확대되면서다.

29일 국내 주요 채용 플랫폼 등에 따르면 ‘60세 이상’을 우대 조건으로 내건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대기업·중견기업 출신의 20년 안팎 경력자를 찾고 있다. 한 제조IT 업체는 이 같은 조건의 채용공고를 내고 기본급과 커미션을 포함해 연봉 6700만~950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고령자를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니라 수주와 프로젝트 관리, 후배 양성을 맡길 숙련 인력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정년 후 재고용을 실시한 기업의 75.4%가 그 이유로 ‘숙련·전문성 활용’을 꼽았다. 고숙련 시니어를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높일 ‘경력 자산’으로 보는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퇴직 임원의 경험을 활용해 위기를 돌파한 사례도 있다. 업력 60년의 한 인테리어 제조기업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매출이 감소하자 20년 경력의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영입했다. 이후 취약점으로 꼽히던 마케팅 역량을 끌어올리며 경영 위기를 극복했다.

고숙련 시니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들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성과를 내고 있다. PT코리아는 평균 연령이 60대를 넘는 시니어 인턴을 실무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35년간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 마케터 등 베테랑 인재들도 인턴으로 활약하고 있다.

고숙련 시니어를 원하는 기업을 겨냥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휴넷텔런트뱅크가 최근 내놓은 ‘임원 구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임원급 인재를 파트타임으로 기업과 연결해 정규 임원 채용 비용의 40~60%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등록 전문가 1만9000여 명 가운데 30% 이상이 삼성·SK·현대·LG 등 대기업 임원·관리자 출신이다. 한 HR업계 관계자는 “임원급 인재 매칭을 지원하는 유사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