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양특례시 제공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양특례시 제공
“고양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제대로 된 미래 먹거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을 기반으로 항공우주와 의료·바이오, 인공지능(AI)을 키워 기업과 일자리가 모이는 도시로 바꾸겠습니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선 9기 산업정책의 방향을 이렇게 밝혔다. 경제자유구역을 기업 유치의 공간적 기반으로 삼고 항공우주와 의료·바이오를 핵심 산업으로 키운 뒤 AI를 접목해 대학·병원·연구기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교통망도 산업정책과 맞물려 손본다. 취임 1년 안에 버스노선을 개편하고 광역교통망과의 연결성을 높여,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주거도시에서 기업과 사람이 찾아오는 자족도시로 바꾸겠다는 목표다.

민 시장은 “민선 9기가 끝났을 때 ‘일자리만큼은 민경선 시장이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고양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베드타운의 틀을 깨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경제자유구역, ‘크게’보다 ‘확실하게’

첫 승부처는 경제자유구역이다. 민 시장은 처음부터 대규모로 지정받는 방식 대신 지정 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지정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1단계에서는 사업 면적을 현실화해 지정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 유치와 산업 생태계 조성의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규모와 지정 요건 사이의 간극을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항공우주와 의료·바이오, K-컬처 등 고양이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경제자유구역과 연결해 중앙정부와 경기도를 설득한다는 전략이다.

민 시장은 “중앙정부와 경기도가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경제자유구역’이라고 판단하도록 고양의 산업 경쟁력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 항공우주·의료바이오, AI로 묶는다

경제자유구역을 채울 두 축은 항공우주와 의료·바이오다. 고양에는 항공우주 특화 대학인 한국항공대가 있다. 고양시는 지난 7월 한국항공대와 ‘항공우주 산학융합 거점도시 비전선포식’을 열었고, 대화동 킨텍스 일원에는 2027년 준공 목표로 ‘K-UAM 수도권 실증센터’가 들어선다. 민 시장은 “고양을 수도권 항공우주산업의 거점으로 키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의료·바이오 분야는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7개 대형병원과 동국대 바이오메디캠퍼스가 기반이다. 국립암센터 국가암데이터센터에는 전국 암 환자 데이터의 97%(529만 명)가 등록돼 있다. 민 시장은 “관내 7개 대형병원을 연계해 산·학·연·병 협력체계를 만들겠다”며 “의료·바이오를 고양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두 산업을 잇는 고리는 AI다. 항공우주는 AI 기반 자율비행과 UAM으로, 의료·바이오는 AI 진단과 신약 개발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시가 지난 8월 ‘UN 글로벌 AI 허브’유치 선언식을 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 시장은 “AI 허브가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연계되면 고양의 산업 경쟁력은 물론 경기 북부 경제에도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출근시간 줄어야 진짜”…자족도시로

교통은 시민이 가장 빠르게 변화를 체감할 분야다. 민 시장은 취임 1년 안에 버스노선을 개편해 굴곡진 노선을 정리하고, GTX·지하철 등 광역교통망과의 환승체계를 손보겠다고 했다.

그는 “매일 아침 집을 나서 직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실제로 줄어들 때 시민들이 ‘교통이 좋아졌다’고 느낀다”며 출퇴근 시간 30분 단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민 시장은 경제자유구역과 항공우주, 의료·바이오, AI, 교통을 관통하는 목표로 ‘일자리’를 꼽았다. 대학은 인재를 키우고 연구기관·병원은 기술과 데이터를 제공하며 기업이 이를 사업화하는 ‘일자리 동맹’을 구상하고 있다. 민 시장은 “기업 유치가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 목표는 고양의 ‘베드타운 탈피’다. 1기 신도시 개발 이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산업 기반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서울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민 시장의 진단이다.

그는 “임기가 끝났을 때 시민들에게 ‘일자리만큼은 민경선 시장이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고양의 베드타운 오명을 벗겨내기 위해 제대로 일한 시장으로 기억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양=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