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펀드에 돈 넣어주세요”…추석 이후 VC ‘조단위’ 출자금 쟁탈전
추석 연휴로 잠시 숨을 고른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연휴 이후 대규모 출자금 확보 경쟁에 들어간다. 국민성장펀드와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에 공제회와 금융회사 자금까지 가세하면서다. 예정된 주요 출자사업의 총액만 2조원이 훌쩍 넘는다. 연휴 직후에도 신규 출자사업 접수가 이어져 연말까지 운용사(GP)들의 ‘돈 따기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55곳 몰린 초장기펀드…조성 규모만 8800억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국민성장펀드 초장기기술투자펀드다. 산업은행과 우리자산운용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3일 1차 서류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원한 55곳 가운데 14곳만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중형에는 14곳이 지원해 경쟁률 3.5 대 1을 기록했다. 소형에는 무려 41곳이 몰려 경쟁률이 13.7 대 1에 달했다.

다음달 중 중형 4곳과 소형 3곳 등 7개 GP가 최종 선정된다. 펀드 조성 규모는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을 합쳐 중형 6400억원, 소형 2400억원 등 총 8800억원이다. 최대 16년 동안 차세대 반도체와 첨단 바이오 등 장기간 자금이 필요한 첨단산업에 투자한다. 이르면 연말부터 실제 투자가 시작된다.

초장기기술펀드 외에도 GP 선정이 줄줄이 이어진다. GP 선정이 줄줄이 이어진다. 한국벤처투자는 ‘LP 성장펀드’에 4050억원을 출자한다. 과학기술인공제회와 군인공제회도 각각 4600억원과 3000억원 규모의 PE·VC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의 경우 VC 몫만 1900억원이다. 우정사업본부도 VC에 600억원을 출자한다. 신한벤처투자와 모태펀드 문화·관광 분야 수시 출자사업도 GP 선정을 앞두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다양한 성격의 기관 자금이 동시에 시장에 풀리는 셈이다.

○연휴 끝나도 출자사업 줄줄이


추석 이후에도 신규 출자사업 접수가 잇따른다. 접수 중인 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것은 정책금융기관의 스케일업 협력펀드다. 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각각 1926억원과 2574억원을 내놓는다. 대형과 중형 펀드를 나눠 맡아 성장 단계 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자금이다.

지역·산업 특화 자금도 뒤를 잇는다. 관광·스포츠를 비롯해 경북·포스코, 충남, 경북·전남 등 지역 벤처펀드가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잇따라 접수를 마감한다. 한국성장금융도 ‘BK 생산적금융펀드’와 ‘부산 미래산업 전환펀드’를 운용할 GP를 모집한다. 대형 블라인드펀드부터 지역·산업 특화펀드까지 동시에 열리면서 GP들도 각자의 투자 전략에 맞는 출자사업을 골라 지원하는 분위기다.

VC들이 출자사업에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올해 정책·기관 자금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GP는 출자기관(LP)의 자금을 ‘마중물’로 확보한 뒤 다른 민간 출자자를 끌어들여 펀드를 결성한다. 대형 LP의 출자사업에 선정되면 펀드 결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향후 수년간 안정적으로 펀드 운용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경쟁에서 밀리면 다음 출자사업을 기다려야 한다. 연말 펀드레이징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정책금융기관과 공제회 등에서 출자사업이 잇따르면서 GP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며 “좋은 조건의 출자금을 먼저 확보하려는 경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