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비고 USA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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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냉동식품 매대에서 김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로 형성된 한국 음식에 대한 친숙함에 전자레인지로 간편히 데워 먹을 수 있는 '영양식'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김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의 미국 법인 CJ슈완스는 22일 비비고 냉동 김밥의 달러 매출이 최근 8개 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다고 밝혔다. 판매처 수를 가늠할 수 있는 점포 유통 지표도 146% 증가했다. CJ슈완스는 크로거와 앨버트슨, 푸드라이언, 마이어, 자이언트이글, 하이비 등 미국 주요 식료품 체인 냉동 코너에서 비비고 냉동 김밥을 판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밥 자체의 미국 시장 규모를 집계한 공신력 있는 통계는 아직 없다. 다만 냉동식품 시장의 성장세는 김밥이 파고들 틈을 보여준다. 미국냉동식품협회(AFFI)와 식품산업협회(FMI)가 올해 발표한 '파워 오브 프로즌 인 리테일 2026'에 따르면 2025년 9월까지 52주간 미국 냉동식품 소매 매출은 870억달러로 집계됐다. 2019년보다 45% 이상 증가한 규모다.

냉동식품, '비상식량'에서 한 끼 식사로

/사진=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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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식품은 더 이상 냉동 피자나 감자튀김, 아이스크림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물가와 외식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는 조리 시간을 줄이면서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냉동 간편식 수요가 커지고 있다.

AFFI와 FMI 조사에서 냉동식품을 매일 또는 며칠에 한 번씩 먹는다고 답한 소비자 비중은 40%였다. 2019년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특정 식사나 날짜를 염두에 두고 냉동식품을 구매한다는 응답도 77%에 달했다. 냉동식품이 식재료를 비축하는 수단을 넘어 식사 계획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김밥은 이 시장에서 식사와 간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먹거리로 부상했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고, 한 끼 식사 혹은 가벼운 간식으로도 소비할 수 있다. 냉동 피자나 부리토처럼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간편식과 경쟁하면서도, 쌀과 김, 채소를 앞세운 한국식 메뉴라는 차별점을 갖췄다.

한인마트 넘어 주류 유통망으로


비비고의 판매처 확대는 김밥의 유통 경로가 한인마트와 아시아 식품점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데다, 냉동식품 매대가 세계 각국의 메뉴를 시험하는 공간으로 바뀐 영향도 있다.

CJ슈완스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 김밥을 스시와 구분되는 한국 음식으로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밥을 한국식 휴대용 음식으로 내세우고 틱톡 챌린지와 로스앤젤레스 현장 시식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품의 조리 편의성뿐 아니라 K컬처와 연결된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밥은 재료 구성에 따라 채식·고단백·저칼로리 등 다양한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 비비고 제품은 1회 제공량당 식물성 단백질 12g을 내세우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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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 상품' 넘어 재구매 증명해야


비비고 김밥의 59% 매출 증가는 브랜드 제품의 판매 실적이다. 이를 미국 냉동 김밥 시장 전체의 성장률이나 시장점유율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초기 유통망 확대가 높은 성장률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관건은 재구매다. 냉동 김밥은 밥의 식감과 가열 후 품질,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속재료 구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냉동 피자와 부리토, 멕시코식 냉동 간편식처럼 이미 강한 경쟁 상품이 자리 잡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비비고가 만두로 미국 냉동식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면, 김밥은 K푸드의 품목 확장 가능성을 가늠할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K컬처가 만든 관심을 대형 유통망의 상시 판매와 반복 구매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냉동 김밥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