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솔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솔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는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하는 절차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말 5대 은행장을 포함한 금융지주 계열사 CEO 54명의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승계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이날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iM, BNK, JB 등 8개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자회사 CEO가 선임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CEO가 지녀야 할 구체적인 자격 요건과 평가 단계별 최소한의 검증 기간 등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절차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지주사는 선임 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미흡한 사항을 조속히 보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자리에서 지주회사 자회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CEO 후보 추천 및 선정 과정에서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도 강조했다. CEO 상시후보군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CEO 후보 평가 시 임추위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라는 의미다.

이 원장이 금융지주의 자회사 CEO 승계 절차를 개선하라고 촉구한 것은 지난 15일 임원회의 이후 약 일주일 만이다. 당시 이 원장은 “대부분 자추위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고, 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이라며 “향후 후보군 선정, 검증 및 평가, 기록 등 일련의 CEO 승계 절차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불발된 이후 이 원장이 CEO 승계 절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거듭 드러내면서 연말 CEO 인사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의 임기는 모두 오는 12월 31일 일제히 만료된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5대 금융지주 계열사 CEO는 은행장을 포함해 총 54명에 달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한편 이 원장은 이날 지방자치단체 금고 입찰에서의 공정한 경쟁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최근 입찰 과정에서 은행 간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지자체 금고 운영을 이해타산의 관점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지역 내 자금 순환’과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도 함께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도 은행의 지자체에 대한 협력사업비 지출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여 결정된 것인지 꼼꼼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이 원장은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 건수와 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사고 규모 또한 대형화되고 있다”며 “지주 내 금융회사들의 내부 통제가 경영 전반에 걸쳐 빈틈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내부 자원을 충분히 확보해 주시고, 내부 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책임 있는 실행이 뒷받침되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지주를 대표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까지 책임지는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금융지주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위상에 걸맞게 지방 균형 발전, 지배구조 개선 및 내부통제 강화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