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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휩쓴 '위도우스 베이'부터 '케데헌'까지…탁 꽂히는 사운드 뒤에 한인 있었네
고은 에버렛 수석 음향 에디터 인터뷰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게 내 경쟁력"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게 내 경쟁력"
이달 열린 할리우드 최대 축제, 제 78회 에미상에서 최우수 음향 편집상(Outstanding Sounding Editing)을 단체 수상한 고은 에버렛(Goeun Everett·한국명 이고은) 수석 음향 에디터(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쟁쟁한 작품들을 뚫고 수상하게 돼 너무나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수여하는 에미상은 영화계의 오스카, 음악계의 그래미와 함께 글로벌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에버렛 수석 에디터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인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에 참여해 트로피를 안았다. 이 시리즈는 이번 에미상에서 14관왕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저 영화가 좋아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청년은 지난해 글로벌 최대 히트작이었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운드 작업에도 참여했을 정도로 음향 분야 베테랑이 됐다. 그는 "좋은 음향이란, 보는 사람이 완전히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글로벌 무대에서 음향 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들도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으면 한다"고 했다. 다음은 1문 1답.
▶에미상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의 소감은.
"작품 자체가 이미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서, 수상에 대한 기대는 있었지만 워낙 노미네이트된 경쟁 작품들도 쟁쟁했다. 그래서 호명되었을땐 기쁜 마음 뿐이었다.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했다."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가장 공들인 부분은?
"2020년 호텔 트랜실바니아(Hotel Transylvania 4) 작업 당시 만난 매트 요컴(Matt Yocum)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해 왔다. 자연스럽게 위도우스 베이의 저주도 함께 작업하게 됐다. 이번 작품은 에피소드마다 많은 공을 들였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공들인 장면을 꼽는다면 에피소드 4(Beach Reads)다. 극중 인물 패트리샤의 머리속에 펼쳐지는 공포스러운 망상들을 사운드로 표현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고, 결과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스릴러 장르 특성상 소리의 역할이 매우 컸을 텐데, 에미상 심사위원 마음을 사로잡은 한 끗 차이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텐션 조절을 잘 한 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위도우스 베이는 스릴러이면서도 코미디라는 독특한 장르다. 초자연적인 무시무시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코믹한 에피소드가 중간 중간 잘 버무러져 있다. 작은 섬의 시장인 톰 로프티스(Tom Loftis가 얼렁뚱땅 상황을 넘기려는 모습, 몇 안되는시청 직원들 간의 사무실 정치 같은 것들 말이다.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평상시 일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드라이하게 표현하고, 코믹스럽거나 공포스러운 장면은 그 반대로 아주 극적으로 표현했다. 강약조절을 잘 한 부분이, 극적인 두 가지 상황을 모두 돋보이게 만든것 같다."
"모든게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내가 느끼고 표현한 것이 연출자의 비전을 돕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그것을 조율해가는 과정에서 예상치 않은 난관을 느끼기도 했다. 음향 효과는 음악과 같이 플레이 될 때 다른 요소를 집어삼키지 않으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때때로 많은 조율이 필요하다. 이 작품의 쇼러너인 케이티 디폴드(Katie Dippold)가 음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그 과정이 매끄러웠다."
▶그동안 어떤 작품들의 음향 작업에 참여해 왔나.
"여러 작품에 참여했지만, 대표적인 작품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버드맨 등이 있다. 케데헌의 경우 한국의 이야기와 문화를 전세계에 전하는데 나 역시 음향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이 매우 뜻깊었다. 버드맨(2014)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일하게 된 것 자체가 소중한 기회였고, 마치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된 느낌이었다. 원테이크라는 독특한 기법과 하나의 캐릭터처럼 살아 숨 쉬는 드럼 연주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언더 그라운드(2019)도 사운드 디자이너로서 큰 도약의 발판이 되어줬다. 사막 총격전 시퀀스 도입부에 드라마틱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음향을 만드는 게 내 업무였는데, 결과물을 마이클 베이 감도기 쏙 맘에 들어했다. 그래서 별도의 음악 없이 사운드 디자인만으로 완성된 장면이 됐기에, 스스로에게는 큰 의미를 남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당초 미국으로 건너가 음향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뭐였나.
"대학교 재학 중 방송반 생활을 하면서 영화제작에 관심이 생겼고, 필름 에디팅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사운드 에디팅도 영화의 아주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향은 언어의 벽을 넘나드는 분야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고, 그때부터 음향 편집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음향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느낌들을 표현하고, 관객들과 공유할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미국 현지 업계의 진입 장벽을 넘고 자리 잡기까지 힘들었던 순간.
"처음에는 인디 영화나 학생 작품들에 참여하면서 기반을 쌓았다. 그런 시간들이 축적되면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장르를 불문하고 작업을 많이 했고, 늘 선배들과 소통하고 배우려고 했다.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던 건,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견뎠던 집념 덕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왔을 때 늘 내가 할 수 있는100%를 하려고 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것을 항상 나의 경쟁력으로 여겨왔다. 내가 자라면서 보고 들은것은 미국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르고, 그 다름이 나의 경쟁력이다. 내가 보고 들으며 경험하고 자라온것이 지금 내가 만드는 사운드에 알수없는 곳곳에 숨어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표현과 뉘앙스의 차이는 내가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에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좋은 음향이란 어떤 것인가.
"좋은 음향이란, 듣기보다는 느낄수 있는 것이다. 보는사람이 그 스토리에 완전히 몰입되고, 마치 자신이 그 스토리 안에 있다고 느낀다면 음향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출자의 비전을 소리로 번역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연출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와 어떤 느낌을 내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한국 연출자들과도 함께 일해보고 싶다."
▶글로벌 무대에서 음향감독이나 편집자를 꿈꾸는 한국의 후배들이나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두드리고, 사람들을 만나고, 기회를 얻기를 조언한다."
인터뷰=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