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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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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증권을 음원·부동산 등에 소액 투자하는 수단 정도로 생각했다면 이제 시야를 넓혀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발표한 '토큰 증권 정책 방향'에서 조각 투자뿐 아니라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의 토큰화도 추진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토큰 증권 논의가 새로운 투자상품의 등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자본시장의 발행·유통 인프라를 바꾸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우선 토큰 증권과 조각 투자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토큰 증권은 새로운 종류의 투자 대상이 아니라, 블록체인 장부에 기재돼 발행 유통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형식의 증권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각 투자증권뿐 아니라 주식이나 회사채도 토큰 증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조각 투자라고 해서 반드시 토큰 증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토큰 증권 도입, 어디까지 왔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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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증권의 도입을 뒷받침할 기본적인 법적 기반은 이미 마련됐다. 올해 개정돼 내년 2월 시행되는 전자증권법은 분산원장을 증권의 권리를 기록·관리하는 전자 등록계좌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히 기존 거래정보를 블록체인에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상 요건을 갖춘 분산원장에 증권의 권리관계를 기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모든 증권이 한꺼번에 토큰화되는 것은 아니다. 당국은 단계적 도입을 선택했다. 우선 내년 2월 법 시행에 맞춰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와 사모사채, 신탁 방식을 활용한 비상장주식의 토큰화를 추진한다.

이후 공모증권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 수단으로 연결해 증권과 대금이 블록체인 위에서 오가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조각 투자는 첫 단계부터 공모 조각 투자증권의 토큰화가 허용된다.

이 같은 변화의 잠재력은 단순히 투자 단위를 작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분산원장을 통해 증권 정보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업무를 실행하는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면 수익 배분이나 관리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특히 기초자산이나 사업의 성과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상품에서는 이 같은 자동화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

도입은 또 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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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제 비용 절감과 편의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거래 규모, 운영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블록체인을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업성이나 효율성 향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또한, 시장을 새로 만드는 것과 신뢰받는 시장을 조성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토큰 증권이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반으로 자리 잡으려면 발행 이후에도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술적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것과 원하는 때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것은 별개다. 거래할 상대방이 부족하면 토큰 형태의 증권도 환금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기초자산은 자주 거래되지 않는데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권만 빈번히 거래된다면, 거래가격이 실제 가치와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발행 시점의 설명뿐 아니라 자산의 상태, 수익 발생 현황, 비용과 이해관계자 거래 등에 관한 지속적인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

거래 질서도 함께 갖춰야 한다. 금융위는 장외거래소의 불공정거래 감시 기능을 감독하고,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관련 조항의 장외거래소 거래 적용 문제를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발행 규모를 키우는 것만큼 투자자가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토큰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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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증권 제도화는 새로운 투자상품 하나를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증권을 기록하고 이전하며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시장 참여자가 준비해야 할 것도 블록체인 시스템만은 아니다.

어떤 자산을 어떤 권리로 구성할 것인지, 누가 그 가치를 검증하고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관한 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토큰을 얼마나 쉽게 발행하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권리를 얼마나 믿고 거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