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지사가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지사가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의 재정 상황을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에 비유하며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법인세 일부의 지방 배분 등 지방재정 구조 개편을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다. 아울러 경기북부 개발과 반도체 집적지, 광역철도 사업 등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도 건의했다.
추 지사는 21일 경기도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도-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기도정을 맡고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9개월짜리 민생 예산, 말 그대로 시한부 예산 문제였다”고 말했다.
추 지사는 “1년 동안 해야 할 사업인데 상당수 필수 민생예산이 9월까지만 편성돼 있었다”며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이들 급식과 어르신 돌봄, 취약계층·장애인 지원사업이 하나둘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선 9기의 재정 구조조정이 기존 민생사업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추 지사는 “멀쩡한 사업을 깎거나 없애는 것이 결단코 아니다”라며 “이미 멈추게 돼 있던 사업을 어떻게든 살려내고자 하는 몸부림”이라고 했다.
추 지사는 현재 경기도 재정 상황을 응급환자에 빗댔다. 추 지사는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왔고 의사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피를 멎게 하고 상처를 치료하며 수술하고 있다”며 “수술하고 있는 의사에게 ‘왜 환자를 이렇게 다치게 했느냐’고 따지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덮어두고 모른 척 빚을 더 내 봉합하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감당할 것 아니냐고 말씀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못 한다”며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끝까지 들여다보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고 했다. 전임 도정에서 이어진 재정 운용 방식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추 지사는 경기도가 당장 중단될 민생사업을 살리는 한편 재정 구조 자체를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에 세 가지 지방재정 개편안을 제안했다.
먼저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단계적으로 40.3%까지 높일 것을 요구했다. 또 법인세 국세분의 5%를 광역지방정부에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방에 배분한 재원은 산업단지와 도로, 교통, 주거 등 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 확충에 쓰자는 구상이다. 아울러 담배소비분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해 소방 인건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경기도 제공.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경기도 제공.
이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의 재정 문제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김 대표는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팹 건설을 앞당기고 전력·용수·교통 인프라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당에서도 필요한 지원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에 대해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 감내해 온 규제와 희생 위에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산업과 인프라에 대한 기여와 부담에 비해 세입 기반이 상응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경기도의 취약한 재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내년도 경기북부 접경지역 지원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958억원을 편성한 점을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경기북부의 확실한 변화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열린 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경기북부와 반도체, 철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제도 개선과 국비 지원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경기북부에서는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장기임대 특례를 신설하는 내용의 미군공여구역법 개정을 건의했다. 아울러 반환공여구역 내 도로·공원 토지매입비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접경지역 가운데 인구감소지역의 각종 부담금을 면제하고, 330만㎡ 미만 공공주택지구 조성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는 방안도 건의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 대상에 수도권을 포함해 달라는 요구도 내놨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용인특례시·평택시 등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과 용수 등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또 지역상생사업과 국가 전략사업을 아우르는 경기도 반도체 집적지 지정과 국비 지원 확대도 건의했다.
철도망 확충도 핵심 요구 사항에 포함됐다. 경기도는 GTX-B·C노선의 적기 개통과 GTX-A·B·C 연장사업에 대한 국비 부담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경기남부광역철도 등 경기도 건의사업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신규사업 규모를 100조원 이상으로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경기도는 노동감독관 인건비, 지방세·세외수입 체납징수활동, 도봉산~옥정 광역철도,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월곶~판교 복선전철 등 10개 주요 사업에 총 6484억원의 국비 지원도 요청했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은 “경기도가 지금의 어려움을 넘고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당과 국회에서 힘을 모아달라”며 “도의회도 재정 상황과 민생 현안을 살피고 함께 풀어야 할 과제에 적극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의정부=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