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 /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경기도지사 /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고비용·도비 의존 구조를 직접 겨냥했다. 문화예술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방만한 예산 운용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재정 비상을 선언한 추 지사가 전임 도정의 예산 운용 방식에 대한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추 지사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도정을 인계받아 점검해 보니 허술하고 방만한 살림살이가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관행적인 낭비와 방만한 예산 운용이 재정 위기를 누적시켜 왔다는 게 추 지사의 진단이다. 추 지사는"저는 그저 인심을 잃지 않겠다고 묵인하며 편승하지 않겠다"며 "도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바로잡겠다. 그것이 공정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추 지사가 이날 대표 사례로 지목한 것이 DMZ영화제다. 올해 본예산 기준 영화제 예산 40억원 가운데 도비는 31억원으로 77.5%를 차지한다.

반면 티켓 판매와 후원·협찬 등 자체 수입은 1억1100만원으로 전체의 2.8%에 그친다. 추 지사는 이를 두고 "사실상 도비에 의존해 운영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예산 대비 관객 실적도 도마 위에 올렸다. 경기도가 집계한 지난해 관람객은 1만3760명으로, 이 가운데 유료 관객은 6663명, 무료 관객은 7097명이었다. 올해 예산 40억원을 지난해 관람객 수에 단순 대입하면 관객 한 명당 약 29만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유료 관객만 놓고 보면 한 명당 약 60만원에 이른다.

추 지사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조직 운영비다. 그는 "무엇보다 관객이 단 한 명도 오지 않아도 매년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조직 운영비가 과도하다"며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를 준비하는 조직에 막대한 인건비와 운영비가 투입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DMZ영화제는 비상근 집행위원장과 정규직, 단기 전문인력 등 모두 71명을 운영하며, 이들의 인건비로만 연간 14억원이 들어간다. 전체 예산의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비교도 내놨다. 경기도가 DMZ영화제 한 곳에 지원하는 31억원은 서울시가 15개 영화제에 지원하는 예산 전체(10억3000만원)의 약 3배에 달한다.

인천 디아스포라영화제의 연간 예산은 6억원 수준이다. 다만 영화제마다 개최 기간과 사업 범위, 조직 운영 방식이 달라 지원액만으로 비용 효율성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자체별 영화제 지원 규모 비교. 경기도 제공.
지자체별 영화제 지원 규모 비교. 경기도 제공.
이날 발언은 영화제 축소 운영을 둘러싼 정치권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격이 짙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광주 동구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청년 영화인 간담회에서 경기도의 DMZ영화제 축소 운영을 두고 "어떤 의미에서 보면 계약 파기"라며 "책임 있는 공공은 도의적, 신의적 파괴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지사는 하루 만에 예산과 관객, 자체 수입, 인건비 등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며 맞받았다. 영화제 축소를 문화예술 지원 여부가 아니라 재정 건전성과 세금의 효율적 사용 문제로 규정한 것이다.

경기도는 재정 비상에 따른 세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DMZ영화제 도비 지원액을 31억원에서 24억4700만원으로 6억5300만원 줄이는 내용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담아 제출했다. 감액안은 경기도의회가 지난 18일 추경안 심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제는 감액 규모를 고려해 개막식과 일부 부대행사를 미리 축소했다. 이를 두고 도의회 일각에서는 의결되지 않은 감액안을 사실상 확정 예산처럼 적용한 것이 절차상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 지사는 재정 구조조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추 지사는 "문화예술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문화예술이라는 이름이 방만한 운영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고비용 운영구조와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도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도록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