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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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신형 스마트폰을 사려는 고객들 옆에서 매장 직원들이 일제히 피켓을 들었다. 아이폰18 프로 판매가 시작된 날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이탈리아 전역에서 근무 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노조 측 집계 기준 파업 참여율은 평균 70%, 일부 지역에선 80%에 달했다. 애플은 파업에도 매장을 정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애플 리테일 이탈리아 직원들은 최근 전국 단위 파업을 벌였다. 로이터통신과 이탈리아 현지 노조 발표 등을 종합하면 파업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파업 대상은 이탈리아 내 애플스토어 17곳이다.

밀라노 도심 플래그십 매장 앞에선 신제품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 곁에서 직원 수십명이 붉은 깃발을 흔들고 호루라기와 소리 나는 도구를 사용해 시위를 벌였다. 로마에선 약 100명이 비아 델 코르소 매장 인근에 모였다.

파업 당일은 아이폰18 시리즈가 전 세계 시장에 공식 출시된 날이었다. 노조가 신제품 출시일을 파업일로 택한 이유는 상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니콜라스 페체 이탈리아노동총연맹 산하 서비스노조(필캄스 CGIL) 관계자는 "기업으로서 애플엔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노조로서는 우리가 대표하는 노동자들의 항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날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사는 매장 인력과 업무 강도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직원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량·생산성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업무 절차가 도입되면서 직무 간 경계가 흐려지고 역할 정의도 모호해졌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탈리아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유통·서비스·관광노조 노조(피사스캇 CISL)은 업무가 점차 뒤섞이고 직무 설명에 회사가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필캄스 CGIL도 직원들과의 논의에서 "근무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신규 채용 계획을 노사가 함께 마련하고 기간제 근로자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희망할 경우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늘려줄 것을 주문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월29일 열린 노사 협의에서 애플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기간제 채용을 늘리고 채용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노조는 기간제 근로자를 투입하는 기간이 7개월에 가까울 만큼 길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특정 성수기에만 일손이 부족한 게 아니라 평소에도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노사 협의 과정에서 일부 처우 개선은 이뤄진 상태다. 노조 측은 지난달부터 식사 바우처 금액이 10유로로 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노조 측 "이번 파업 참여는 회사가 귀 기울여야 할 신호"라며 "모든 판매와 모든 고객 지원 뒤에는 회사의 성과에 기여하는 역량과 노력, 책임이 있으며 이는 구체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직원 처우에 문제가 있다는 노조 주장에 선을 그었다. 애플 대변인은 로이터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과 복리후생을 제공한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회사는 민간 의료보험과 치과·안과 보장, 정신건강·웰니스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파업 당일엔 "오프라인과 온라인 스토어는 오늘 문을 열고 있으며 평소와 같이 고객을 맞이하게 돼 기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애플은 파업과 별개로 글로벌 신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출시일 파업은 끝났지만 노사 갈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노조는 쟁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역별 추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뒀다. 인력 충원,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안정,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시간 확대 등을 둘러싼 후속 협의가 과제로 남은 상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