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권에서 개인대출 부실이 늘고 기존 전화 추심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연체자의 실제 거주지를 찾아주는 주소 데이터 사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중국 은행권에서 개인대출 부실이 늘고 기존 전화 추심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연체자의 실제 거주지를 찾아주는 주소 데이터 사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중국 은행권에서 개인대출 부실이 빠르게 늘면서 연체 채무자의 실제 거주지를 찾아주는 이른바 주소 찾기 사업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화와 문자 중심의 전통적인 추심 방식으로는 채무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사례가 늘자 은행들이 데이터 기술업체를 활용해 최신 주소를 파악하고 방문 추심에 나서고 있다.

개인 부실채권 매각 가격까지 채무자의 주소 정확도에 따라 달라지면서 주소 데이터가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관리 수단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中 은행권 주소 데이터 확보전

21일 중국 경제매체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한 도시상업은행은 올 7월 말 개인대출 부실률을 연말까지 지난해 말 수준으로 낮추라는 목표를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부실률을 0.2%포인트 낮춘 1.85%로 관리해야 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대출 고객 가운데 전화 추심으로 실제 연결되는 비율은 15%에도 못 미쳤다. 나머지 85%가량은 사실상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방문 추심도 쉽지 않았다. 은행 내부 통계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고객의 절반 이상은 은행에 등록된 주소가 불완전하거나 이미 이사한 상태였다. 주소 문제로 채무자와 실제 접촉하기 어려운 고객 비중은 20%를 웃돌았다. 해당 은행이 올 7월 전화 추심 성과를 분석한 결과 실제 대금 회수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사례가 중국 은행권 전반에 만연하자 주소 데이터 업체들이 빠르게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우한의 주소 데이터 솔루션 업체 즈핀탕커지는 지난 8월 은행들로부터 10만명 이상의 연체 채무자 정보를 전달받았고 처리한 업무량은 약 30만건으로 7월보다 40%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 은행권에서 개인대출 부실이 늘고 기존 전화 추심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연체자의 실제 거주지를 찾아주는 주소 데이터 사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중국 은행권에서 개인대출 부실이 늘고 기존 전화 추심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연체자의 실제 거주지를 찾아주는 주소 데이터 사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은행은 연체자 명단과 기존 주소를 제공하고 데이터 업체는 이를 표준화해 유효 주소를 찾아낸다. 건물명이나 아파트 단지 이름만 적혀 있는 불완전한 주소를 인공지능(AI) 대형언어모델과 자체 주소 표준화 기술로 보정하는 방식이다. 우편과 택배의 수령·반송 정보 등을 활용해 해당 주소가 유효한지도 다시 확인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방문 추심의 회수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직접 방문했을 때의 회수율은 전화 추심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보유한 주소 자체가 오래됐거나 거주지와 다른 경우가 많다보니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대출 부실이 만든 새 금융시장

다만 개인정보보호와 규제 문제는 변수다. 일부 은행의 준법 부서는 제3자를 통해 채무자의 새 주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민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취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터 업체들은 합법적인 데이터 출처와 규정 준수가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소 찾기 수요가 커진 배경에는 중국 은행권의 소매대출 부실 확대가 있다. 중타이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은행업의 소매대출 부실률은 연초보다 0.16%포인트 오른 1.52%였다. 소매대출 부실 잔액도 연초보다 11.5%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 소비대출, 소비자금융,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률도 일제히 상승했다.

은행들은 부실대출 매각도 늘리고 있다. 올 2분기 개인 부실대출 양도 공고는 500건을 넘었고 관련 미상환 원금은 1000억위안(약 20조7600억원)을 웃돌았다. 전년 동기보다 14.6% 증가한 규모다.

채무자의 유효 주소는 부실자산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자산관리회사가 연체자의 실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회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 부실채권을 싼값에 사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한 은행은 약 10억위안 규모 개인 부실자산 가운데 연체자 15%의 유효 주소를 새로 확인한 뒤 자산관리회사에 다시 가격을 문의했고 예상 매각가격이 종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권에서 주소 데이터가 고객정보를 넘어 부실률과 회수율, 부실채권 가격을 좌우하는 요소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매대출 부실 압력이 이어질수록 채무자의 실제 주소를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느냐가 은행의 리스크 관리 경쟁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