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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 떠올리며 왕자 연기"
[arte] 이해원의 유용한 무용
발레리노 이현준 인터뷰
우아한 왕자부터 악의 요정까지 2가지 역 소화
유니버설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10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발레리노 이현준 인터뷰
우아한 왕자부터 악의 요정까지 2가지 역 소화
유니버설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10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왕자가 등장하기 전 무대에서는 100년의 시간이 흐른다. 이현준은 그 긴 시간 동안 오로라에게 수많은 이들이 찾아왔을 것이고, 그중 데지레가 가장 어울리는 상대였을 것이라는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었다. 말보다 몸으로 왕자의 됨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왕자가 오로라의 천생배필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을 무심하게 쏘더라도 과녁 정중앙을 맞히는 장면처럼 왕자의 단단한 성격이 드러나야죠."
카라보스는 정반대다. 화가 많고 악행을 즐기는 인물이다. 등장 장면은 많지 않지만 나타나는 순간 객석을 압도해야 한다. "저도 모르게 제 안에 내재된 악한 모습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해보지 못한 감정을 분출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웃음)
오랜 기간 수석무용수로 뛰어온 그에게 몸을 관리하는 일은 곧 무대를 지키는 일이다. 부상자가 생기면 여전히 무대에 투입되는 '1번 구원투수' 역할을 맡는다. 그는 "아빠는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집에서는 아빠고, 발레단에서는 맏형이라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도 같은 맥락이다.
별도의 연기 훈련보다 사람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데 자신이 있다는 그는 표정 하나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표정밖에 나올 수 없도록 빌드업을 해야한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이미지를 내려놓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머리 분장처럼 망가져야 하는 역할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숏폼과 같은 빠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긴 호흡으로 전막 발레를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그는 ‘느림의 미학’을 건네고자 한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춤을 추고 싶어요. 도전적인 작품인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보려고요. 절정의 아름다움도 느림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막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계속 설렘을 갖고 해피엔딩을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