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이 예멘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격추된 사우디아라비아 전투기 앞에 서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이 예멘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격추된 사우디아라비아 전투기 앞에 서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세로 홍해 항로 위기가 커지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요청을 받은 중국이 이란에 후티 반군을 제지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근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과 핵심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서 급격히 세력을 넓히며 자국 원유 수출 및 해운망을 위협하자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중국은 비공개 채널을 통해 이란 측에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후티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국이 크게 의존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로 분쟁이 번지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다.

이란 측은 "역내 안정과 평화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을 끝내는 데 달려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중국이 이란의 거부에 대비해 경제적 압박 등 명시적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긴장이 예멘과 홍해로 더 확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서방 외교가와 전문가들은 이란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로 중국을 꼽는다. 중국은 10여 년째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원유 수입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 집계로는 지난해 이란 해상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중국이 사들였다.

워싱턴 중동연구소(MEI)의 알렉스 바탄카 이란 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의 원유 수입 중 절반이 중동에서 나온다"며 "중국과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간 교역 규모가 연 3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짚었다.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마비시킬 수는 있겠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그 지렛대가 자신들이 의존하는 강대국인 중국에 오히려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식통들은 이란이 미국에 맞서기 위해 전략·경제적으로 중국을 외면하기 어려운 처지라면서도, 중국의 요구를 실제로 반영해 후티 통제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앞서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를 장악하고 석유 수출로 봉쇄를 시도하자 사우디는 미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으나 미국은 직접 개입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집트가 실제로 군사력을 동원해 후티 반군 제압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