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단기 자금에 의존해 온 자금 조달 구조를 중장기 회사채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대형 증권사는 올해 상반기 증시 활황으로 리테일 부문에서 큰 폭의 이익 증가를 거뒀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고객 기반이 약해 상대적으로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 한양증권 70년만 첫 회사채 발행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오는 21일 총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만기별로 1년물 500억원, 1년3개월물 600억원, 1년6개월물 200억원, 2년물 200억원이다. 평균 조달금리는 연 5.25%다. 한양증권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70년 역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CP와 전단채 등 단기 금융상품을 통해 주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번 발행을 계기로 회사채 발행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일이 드물다. 대형사보다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를 찍으면 상당한 이자 비용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려졌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실탄’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조달 구조와 IB 조직을 동시에 손보는 것은 대형사와 실적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10조268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4858억원) 대비 128.9% 증가했다. 반면 리테일 기반이 약한 중소형 증권사 12곳의 순이익은 8743억원으로 전년 동기(5250억원) 대비 66.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용등급 A+인 DB증권도 지난 10일 1년6개월물 900억원과 2년물 1100억원 등 총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모집액은 1500억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 66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 규모를 늘렸다. 다음 달에는 LS증권이 1000억원대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만기는 1~2년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 IB 부문 키우는 중소형사
중소형사들은 IB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연내 신용등급을 AA급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으로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겠다는 포석이다. 내년 초 장외파생상품 라이선스 인가를 받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장외파생 인가를 받으면 증권사 지급보증 등을 활용해 다양한 구조화금융 업무를 할 수 있다.
몸집을 키우기 위한 자본확충 작업도 한창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5월 우리금융지주로부터 1조원을 수혈받아 자기자본을 약 2조2000억원으로 늘렸다. 인수금융과 DCM, 기업공개(IPO) 등에 투입할 북(Book)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다른 중소형사들도 IB 조직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이달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고 교보증권에서 부채자본시장(DCM) 본부를 이끌던 이이남 전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교보증권 DCM 인력 약 18명이 현대차증권으로 옮겨 기업금융본부 인원은 30명 안팎으로 늘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4월 한양증권 IB본부장을 지낸 조달호 본부장을 영입해 DCM 사업에 새로 진출했다. iM증권은 기존 IB 조직을 기능별로 분리해 IB1본부는 DCM, IB2본부는 ECM에 집중하도록 조직을 재편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리테일 고객 기반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려운 만큼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IB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