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24일 출범한 주니어보드 발대식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24일 출범한 주니어보드 발대식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국내 최대 발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회천)이 다변화하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조직 내부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내부 소통 강화 및 현장 중심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막대한 전력 수요 폭증과 무탄소에너지(CFE) 전환, 그리고 글로벌 원전 시장의 패권 경쟁 등 굵직한 대내외적 도전 과제가 산적했다는 판단이다. 한수원은 이를 돌파할 핵심 동력으로 ‘유연한 소통’과 ‘현장 중심의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수원에는 현재 약 1만3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원자력, 수력, 양수,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소가 산재해 있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연령과 직급, 직군별 구성원이 다양할 뿐 아니라 한미 원자력 협력, 체코 원전 수출 등 각종 에너지 관련 현안이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직된 문화를 타파하고, 내부 역량의 결집과 원활한 조직 내 소통을 이루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다.

◇ 젊은 세대 주도 ‘주니어보드’

이런 경영방침의 일환으로 한수원은 최근 직원 주도형 혁신 그룹인 ‘조직문화혁신 주니어보드’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젊은 직원들의 창의적이고 신선한 시각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회사 경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주니어보드의 출범은 과거 일방향적·수직적 전달 체계에서 벗어나,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평적 대내 소통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주니어보드는 차장급, 과장급, 대리·주임급 등 각 직급별로 11명씩 4개 그룹으로 배치돼 총 44명으로 구성됐다. 한수원은 특히 주니어보드를 특정 부서나 직군에 치우치지 않도록 직군과 경력, 본사와 전국의 사업소를 두루 아우르는 다채로운 인재들로 채웠다. 특정 분야나 지역이 소외되지 않고 한수원 내 모든 구성원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빠짐없이 반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왼쪽 두 번째)이 주니어보드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김회천 한수원 사장(왼쪽 두 번째)이 주니어보드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주니어보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지시 전달식 수직적 소통 구조를 타파하고, 수평적 소통을 통해 직원 스스로 변화가 필요한 분야를 찾아 과제 발굴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의 에너지 시장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 등 정책적 변화가 빠르다. 주니어보드는 이 같은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으로 체질 개선을 위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과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과 관련한 핵심 과제를 직접 발굴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경영진과 현장을 긴밀히 연결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주니어보드가 실질적인 혁신 아이디어로 발전시킨 것들을 단순 제안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주요 정책과 경영 과제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도 주니어보드는 자신들이 제안한 개선과제가 실제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작동하는지 직접 모니터링하는 등 변화의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주니어보드 발대식에서 “젊은 세대는 기존 관행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는 유연한 사고를 지니고 있다”며 “기존 세대가 미처 보지 못한 해답을 찾아내는 젊은 감각이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회사에 큰 활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고경영자 현장 경영으로 ‘Connect 365’

조직 하부로부터의 혁신과 더불어, 최고경영자의 밀착형 현장 경영도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김회천 사장은 ‘커넥트 365, 위드 CEO’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장 중심의 직접 소통 경영을 추진 중이다. 최고경영자가 서류 중심의 보고에서 벗어나 현장 최전선에 있는 직원들과 직접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경영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김 사장은 소통 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지난 3월 취임식 행사 당일 곧바로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았다. 당시 그는 영구정지 후 해체 작업 중인 고리1호기와 계속운전을 위해 정비 중이던 고리2호기 현장을 점검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후에도 전국 각지의 사업소 현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현장 안전 관리 상태를 직접 점검하고,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을 발굴해 사고 유발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3월 취임 이후 8월까지 김 사장이 시행한 현장 안전점검 횟수는 총 14회에 달한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이 삼랑진 양수발전소에서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김회천 한수원 사장이 삼랑진 양수발전소에서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단순한 격려를 넘어 현장의 목소리는 곧장 실질적인 작업 환경 개선과 첨단 기술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산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제조 AI 전환 트렌드에 발맞춰, 한수원 역시 현장 작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스마트 안전 관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위험 요소를 AI 데이터로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춘 것도 이런 현장 소통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최근 노조 및 협력사와 함께 삼랑진양수발전소에서 합동으로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사외이사 등과 함께 고리원자력본부의 송전선로 개선 공사 현장을 찾아 작업 환경을 면밀히 살폈다. 주요 작업 단계별 안전조치 이행 상태와 근로자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꼼꼼히 챙기며 현장 중심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아울러 조직 내 자유로운 소통 문화 조성을 위해 직급별·부서별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오·만찬 간담회 등 소통 자리를 마련해 직원들에게 성장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수시로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을 만나 권위와 격식을 내려놓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신입사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회사의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조직장, 저연차 직원 등 대상별 맞춤형 소통 활동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 원전 지역 수용성이 상생의 열쇠

한수원의 이러한 내부 소통 역량 강화는 대외적인 산업 현안을 돌파하는 강력한 무기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경북 영덕군, 경주시, 부산 기장군 등에 신규 대형 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부지를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사회와의 소통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수원은 주니어보드 등 유연해진 내부 소통 채널을 활용해 지역 주민협의체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고 수용성을 높이는 밀착형 소통망을 가동 중이다.

원전 생태계 복원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할 때도 핵심 매개체는 소통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10조원 규모의 산업성장펀드를 운용하고, 중소기업 무역 금융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과 연계하는 사업도 한창이다. 한수원은 원전 부품 및 설비 중소 협력사들의 재무적, 기술적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삼랑진양수발전소 등에서 보여준 협력사 합동 안전점검 역시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 소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현장을 직접 찾아가 직원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는 것이 조직 변화와 성장의 출발점이자, 나아가 국민과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며 “앞으로도 구성원은 물론 원전 생태계 전반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양방향 소통을 적극 이어가 글로벌 톱티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