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서쪽 용산구 청파동1가 97의 35 일대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 노후 주거지다. 1970년대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이들의 보금자리로 형성됐지만, 구릉지 지형과 협소한 도로 탓에 개발이 더디고 주거 환경도 크게 낙후됐다. 이 일대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약 1280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이번 계획은 200번째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다. 신속통합기획은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해 사업 절차를 단축하고 공공성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도다. 추진 중인 대상지에서 약 33만 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산 조망 품은 주거단지로
서울시는 청파동1가 97의 35 일대 재개발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2021년 9월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도입한 이후 5년 만에 200번째 기획안을 확정했다. 대상지 특성을 감안해 종 상향, 사업성 보정계수 등 사업성 개선 방안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1280가구 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주변으로 신속통합기획, 역세권활성화사업 등 다수의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개별 단지 정비를 넘어 서계·공덕·청파동 일대 교통·보행·기반 시설 개선이 예상된다. 인근 청파2구역, 공덕7구역과 공덕8구역은 2023년 7월 나란히 신속통합기획을 완료했다. 청파2구역은 2024년 10월, 공덕7구역과 공덕8구역은 각각 2024년 5월과 12월 정비구역 지정을 마쳤다. 2024년 6월 기획을 완료한 서계동 통합구역은 올해 7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청파동1가 97의 35 일대를 포함해 이들 구역에서만 약 81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자치구, 주민, 전문가와 여러 차례 논의와 조율을 거쳐 신속통합기획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4월 후보지 선정 당시 포함된 숙명여대 소유 필지는 제외하고 종교시설 및 현황도로는 포함하는 등 부정형의 구역 경계를 조정했다. 인접한 청파2구역 신속통합기획에서 계획한 공원과 함께 통합 공원을 조성한다. 청파1·2구역과 도로 계획을 연계할 예정이다. 또 단지 안팎에서 남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주동을 배치할 방침이다.
◇“구청 단위 병목현상 풀어야”
서울시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200곳을 통해 주택 약 33만 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9218가구)과 올림픽훼미리타운(6787가구), 잠실주공5단지(6411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재개발 구역 중에서는 노원구 상계5동 154의 3(4591가구), 강북구 미아동 258(4231가구) 등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 대부분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중 기획을 확정한 200곳 중 95%(190곳)는 정비계획을 준비 중이거나 조합설립 인가 단계에 있다.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곳은 7곳, 착공 및 준공한 곳은 각각 2곳과 1곳에 그쳤다. 착공한 동작구 흑석11구역과 중구 을지로3가구역 6지구, 준공한 종로구 공평 15·16지구는 사실상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공공 사전기획 형태로 서울시가 관여한 곳들이기 때문이다.
신속통합기획이 이름처럼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부채납 조율과 자치구 단계의 병목 해소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로구 창신9·10구역은 신속통합기획 대상지지만 법적 요건을 갖추고도 사업시행자 지정 처리가 두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등 주요 인허가는 자치구에서 권한을 가진 만큼 구 단위에서도 신속통합기획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