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파란 하늘 아래에서 궁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파란 하늘 아래에서 궁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여행에서 AI(인공지능)를 사용하는 건 현지 친구와 편하게 대화하는 것 같아요." 한국인이 해외로 나갈 때도, 외국인이 한국을 찾을 때도 여행을 준비하고 정보를 찾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AI로 여행지를 찾고 일정을 짜거나, 현지에서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식점과 관광명소를 검색하면서다. 전통적인 여행사의 역할이었던 현지 정보 제공 기능이 AI와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분산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킹닷컴이 전 세계 34개국 3만2800명(한국인 800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글로벌 여행 트렌드 조사'에서 지난해 여행 계획 또는 여행 중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한국인은 69%로 글로벌 평균(50%)보다 높았다.

AI를 활용한 한국인 여행객 가운데 43%는 여행 계획에 드는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36%는 AI가 제시한 결과가 자신의 취향에 잘 맞았다고 평가했다. 19%는 AI와 대화하며 일정을 작성했다. 또 다른 질문에서 항공편이나 숙소 등 일부 여행 상품을 AI를 통해 직접 예약하거나 변경했다는 응답도 19%로 집계됐다.

AI가 여행의 정보 탐색을 넘어 예약 과정에도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도 나왔다. 레스토랑 예약을 AI가 자동으로 진행하는 데 편안함을 느낀 비율은 46%, 항공편 선택 및 구매는 43%로 글로벌 평균(38%, 32%)보다 높았다. 또한 숙소 및 렌터카 선택 예약 비중도 높아 조사한 모든 항목에서 한국이 글로벌 평균을 웃돌았다.

방한 외국인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3년 내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7개국 10~60대 외국인 2466명을 조사한 결과, 여행 준비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9.9%였다. AI 이용자 가운데 58.9%는 가볼 만한 곳을 추천받았고, 53.2%는 지역을 추천받거나 비교했다. 47.5%는 여행 일정이나 동선을 추천받았다.

AI가 추천한 장소를 실제로 방문했다는 응답은 45.4%, 추천받은 동선대로 이동했다는 응답은 32.8%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대의 AI 활용률이 83.1%로 가장 높았고, 60대도 49.6%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이 90% 안팎으로 높았던 데 비해 일본은 33.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여행의 방향이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와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로 다르더라도 공통적으로 AI가 여행 준비 단계에서 정보를 찾고 일정을 구성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여행객들의 활용 방식도 비슷하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출발 전 AI에 대략적 일정을 맡긴 뒤 현지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정했다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폭우 예보에 AI로 대체 목적지를 확인해 이동하고 현지에서 인기 명소와 맛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보며 일정을 채웠다는 식이다.

다만 AI 안내를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과 부산을 여행한 이용자는 "기차 환승 경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잘못된 안내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AI가 여행에서 유용하더라도 교통편이나 영업시간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정보는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한 외국인 가운데 개별여행객(FIT)이 확대되면서 AI 활용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의 78.4%가 개별여행(FIT)이었고 단체여행은 13.1%였다.

그렇다고 해도 AI가 여행사를 대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직접 계획하거나 사람의 추천을 선호하는 여행객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AI를 사용하지 않은 한국인 여행객 중에는 직접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을 선호하거나 사람에게서 받는 개인적인 추천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었다. AI 활용법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는 응답도 34%로 나타났다.

결국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여행의 '중간 단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객은 AI로 정보를 찾고 여행지를 고른 뒤 일정을 계획하고, 현지에서는 지도 앱으로 다시 정보를 검색하며 계획을 수정한다. 과거 여행사가 제공하던 정보와 선택 지원 기능이 AI, 지도 앱, 포털 등 여러 디지털 플랫폼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관광업계와 지자체가 대응해야 할 유통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여행사에 상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답변을 만들고 지도 앱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자사 상품과 지역이 선택되도록 하는 새로운 유통 전략이 필요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방한 관광 수요에서도 FIT 고객 비중이 높다 보니 방한객이 늘어도 여행사 수익성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AI를 활용한 여행 검색이 늘어난 만큼, 관련 상품이 AI 검색 결과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대응책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