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의 하버드대 모습. /사진=AP
미국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의 하버드대 모습. /사진=AP
미국 연방법원이 유학생 및 교환교수, 언론인 등의 비자 체류기한을 제한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법원의 데니스 세일러 판사는 14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가 지난 7월 공포해 15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던 비자 규정 변경 계획을 일단 멈추라는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주요 대학 총장협의회와 교육단체, 노동단체 등이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낸 소송 내용을 받아들인 것이다.

새로 변경된 규칙은 1978년 F비자(유학생 비자)에 첫 도입돼 5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체류기간(D/S) 원칙을 폐지하고 F비자와 J비자(교환방문자) 소지자는 4년, I비자(언론인) 소지자는 240일까지만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간을 넘겨서 체류해야 할 경우에는 이민국(USCIS)에 체류연장(EOS) 신청을 해서 개별적으로 심사를 받으라는 것이 골자다. 이전에는 학업이나 취재 등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비자 유효기간과 별개로 체류기간에는 제한이 없었다.

국토안보부는 국가안보상의 필요성과 사기 및 오남용 방지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토안보부는 해당 비자 소지자가 군사시설을 촬영하려던 사건이나 10년 이상 유학생 신분을 유지한 사례를 들어 정해진 시점마다 이민관이 대상자의 체류자격 유지 여부를 평가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안보 사례는 4년 상한제와 무관하며, 박사 후 훈련과정 등을 고려하면 10년 이상 비자를 유지한 것이 특별히 의심스럽다고 판단할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언론인에 관해서는 안보나 사기 관련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원고 측은 유학생이 10% 줄어들면 연간 720억~1450억달러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정했으나, 국토안보부는 이 분석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보 및 사기 혐의를 다룰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점도 판결에 반영됐다. 언론인의 보도에 대한 보복적 목적으로 정부가 비자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토안보부가 반박하지 못했다고 판결문은 밝혔다.

세일러 판사는 아울러 기존 제도를 통해 수천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자가 미국에 머물며 과학 의학 기술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를 했으며,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많은 대학에서 유학생이 자퇴하거나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즉각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끝은 아니다. 세일러 판사는 원고들이 요구한 규칙의 '취소'는 받아들이지 않고, 시행일을 연기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정부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민 전문 로펌들은 전망하고 있다. 항소가 제기되면 순회 항소법원에서 판단을 다투게 된다. 항소를 하면서 동시에 긴급 정지신청을 내서 이번 금지명령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거듭된 법정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