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봤다면 눈물"…삼성 노노 갈등 '선 넘었다'
삼성전자 노조 내부의 갈등이 성과급을 둘러싼 이견을 넘어 폭력적 표현과 비하 발언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동행노조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면서 노노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간부 출신의 한 원로는 "지금의 노노 갈등를 이건희 회장께서 본다면 정말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이날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에 '동행 소통방 내 임직원 및 최승호 위원장 대상 폭력적 표현·비하 발언에 대한 공식입장 및 재발방지대책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초기업노조는 공문에서 "조합원 제보를 통해 동행노조의 텔레그램 '권리조합원 소통방'에서 삼성전자 임직원과 최승호 위원장을 겨냥한 폭력적 표현과 비하 발언이 게시된 자료를 접수했다"며 "이는 보상제도나 교섭 결과에 대한 의견 차이를 넘어 당사자와 동료 직원들에게 불안과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초기업노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소통방에는 "사제폭탄이라도 만들어서 던지고 싶은 지경", "최대한 고통스럽고 끔찍한 최후를 당했으면", "죽이고 싶다" 등 신변 위협성 발언과 함께 특정 사업부·조직 구성원을 비하하는 표현이 다수 포함됐다.

초기업노조는 해당 소통방이 권리조합원 인증을 거쳐 입장하는 폐쇄형 공간인 만큼 집행부의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행노조 측에 발언 사실 확인·집행부 인지 여부, 게시물 경고·삭제 조치 내역, 피해 당사자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오는 18일까지 서면으로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관련 원본 데이터의 보존도 함께 요청했다. 최 위원장은 "공문에 첨부된 내용은 전체 제보 내용의 5% 정도"라며 "현재 법무법인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노사협상 결렬 과정을 설명한 뒤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05.20. 이솔 기자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노사협상 결렬 과정을 설명한 뒤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05.20. 이솔 기자
이번 갈등의 표면적 계기는 소통방 발언 공방이지만 이면에는 사업부 간 깊어진 성과급 격차와 노조 지도부를 둘러싼 내분이 얽혀 있다. 초기업노조는 당초 DS·DX 부문을 아울러 출범했다. 그러나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마찰을 빚어왔다. 동행노조는 지난 5월 반도체 사업부 중심의 교섭 요구에 반발해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최 위원장을 둘러싼 '장인 업체 3억7000만원대 집회 물품 특혜 계약 의혹' '감사 요구 간부에 대한 보복 조치 논란' '노조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검찰 송치)' 등 사법 리스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노조 간 비판 수위가 한층 격화됐다.

노조 내부 분열도 가속화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가입 자격을 반도체 부문으로 한정하는 'DS 중심 노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16일부터 관련 규약 개정안과 DX부문 집행부 2명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간부 출신의 원로는 "과거에는 회사가 어려울수록 사업부와 직급을 떠나 한 방향으로 뭉쳤고, 그 힘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다"며 "지금처럼 같은 회사를 다니는 직원과 노조끼리 서로를 향해 험한 말을 주고받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께서 지금의 노노 갈등을 본다면 정말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삼성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하나로 뭉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DX 부문 동행노조 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서 열린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 요구 집회'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6.8.21/뉴스1
삼성전자 DX 부문 동행노조 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서 열린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 요구 집회'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6.8.21/뉴스1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