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트리움 “RAS 항암제 막는 ‘가짜내성’ 확인…병용으로 약효 회복”
“암세포에 대한 약물 감수성이 남아 있는데 종양미세환경의 장벽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 것이라면 장벽을 걷어내는 것만으로 기존 항암제의 효과를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근우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14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페니트리움 글로벌 임상 개발 심포지엄(PENETRIUM Global Clinical Development Symposium 2026)’에서 “기존 항암제는 대부분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개발됐지만 종양 주변 환경이 치료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페니트리움바이오는 이날 3차원(3D) 오가노이드 전문기업 엠비디(MBD)와 공동으로 진행한 폐암·난소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RAS 표적항암제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을 사용했다.

회사가 주목한 것은 암연관섬유아세포(CAF)다. CAF는 암세포 주변에 세포외기질(ECM)을 형성하는 세포다. 페니트리움바이오는 암세포가 항암제에 반응할 수 있는 상태임에도 CAF 등 종양미세환경 때문에 약효가 떨어지는 현상을 ‘가짜내성(Pseudo-resistance)’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장수화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 연구기획 이사는 폐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에 다락손라십을 투여했을 때 암세포 생존율이 57.8%였다고 설명했다. 같은 오가노이드에 CAF를 함께 배양하자 생존율은 89.6%까지 높아졌다. 다락손라십을 유지하면서 페니트리움을 추가하자 생존율은 7.5%로 낮아졌다.

난소암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락손라십을 단독 처리했을 때 암세포 생존율은 50.5%였다. CAF와 공배양한 환경에서는 67.7%까지 높아졌지만 페니트리움을 추가한 뒤 12.8%로 떨어졌다.

장 이사는 “약의 종류나 암세포가 바뀐 것이 아닌데 CAF가 추가됐다는 이유만으로 항암제 반응이 크게 달라졌다”며 “기존에 치료 저항성으로 보던 현상 가운데 암세포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종양미세환경에서 발생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페니트리움바이오는 다른 표적항암제에서도 같은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폐암 오가노이드에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억제제 게피티닙(gefitinib)을 처리했을 때 세포 생존율은 약 20%였다. CAF를 함께 배양하면 약 90%로 높아졌고 페니트리움을 추가하면 약 10%로 다시 낮아졌다.

진 대표는 “항암제의 종류와 암종은 달라도 CAF가 있는 환경에서 약효가 떨어지고 페니트리움을 병용했을 때 다시 반응하는 결과를 반복해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화학항암제와 항체치료제, 면역항암제에서도 페니트리움 병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췌장암 동물모델에서는 젬시타빈(gemcitabine) 용량을 절반으로 낮추고 페니트리움을 병용했을 때 약 92%의 종양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비소세포폐암 모델에서는 베바시주맙(bevacizumab)과 병용했을 때 전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항PD-1 면역항암제와 병용한 실험에서도 종양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진 대표는 항체나 면역세포처럼 크기가 큰 물질이 종양에 접근하기 위해서도 종양미세환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체치료제뿐 아니라 면역항암제가 작동하려면 활성화된 T세포가 종양에 접근해야 한다”며 “페니트리움 병용 실험에서 종양 괴사가 더 이른 시점에 나타난 것도 종양 내부 접근성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작용기전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다. 장 이사는 페니트리움을 처리한 뒤 CAF에서 세포자멸사와 관련된 카스파아제(caspase) 활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발현 분석에서는 세포외기질과 에너지 대사에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감소하고 NK세포와 T세포 등 면역반응에 관련된 유전자 발현은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회사는 이 같은 비임상 결과를 임상시험에서 확인할 계획이다. 임상 개발의 기본 전략은 환자가 기존에 투여하던 항암제를 유지하면서 페니트리움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지은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 해외임상개발 상무는 “치료가 잘 듣지 않는다고 기존 항암제를 바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치료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페니트리움을 추가해 종양미세환경에 따른 저항성을 낮출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페니트리움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호르몬 치료제 엔잘루타마이드(en­zalutamide)를 투여받던 환자에게 경구용 페니트리움을 추가하고 전립선특이항원(PSA), 약동학(PK), 바이오마커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 상무는 임상 초기 12주 데이터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 중 질환이 진행되던 환자에게 페니트리움을 추가한 뒤 안전성과 바이오마커, 영상검사에서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치료와 페니트리움을 병용하는 임상 2a상도 준비하고 있다. 이 상무는 “특정 항암제 한 개와의 병용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암종과 표준치료제에서 같은 치료 전략을 각각 검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