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 사진=게티이미지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정치에서 극좌와 극우가 서로 닮아가는 이른바 ‘편자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공화당 포퓰리스트와 민주당 사회주의 세력이 자유시장과 세계화에 등을 돌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개입을 요구하면서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 포퓰리스트와 민주당 진보 좌파가 서로 가까워지고 각 당의 중도파와는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양극단이 서로를 향해 휘어지는 모습이 편자와 닮았다는 의미에서 이를 ‘편자 정당’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다. 민주사회주의자인 맘다니 시장은 지난 6월 자유시장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를 겨냥해 사회주의자들이 자본가들의 “수년간의 경영 실패”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공화당 소속 밴스 부통령은 밀턴 프리드먼을 두고 세계화된 자유주의가 미국 엘리트의 현상 유지 수단이 된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정책에서도 좌우의 이례적인 연대가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진보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공화당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은 고소득 근로자의 사회보장세 인상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극우 성향 스티브 배넌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움직임을 지지했다.

경제정책에서도 양쪽의 거리가 좁아졌다. 약값 인상률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제한하고 대형 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방안,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정책 등 과거 진보 진영에서 주로 제기된 정책이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포퓰리즘 방향으로 끌고 가고, 2016년과 2020년 샌더스 의원의 대선 도전으로 민주당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높은 생활비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도 양극단의 부상을 부추겼다.

다만 극좌와 극우가 실제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합쳐질 가능성은 작다. 경제 문제에서는 비슷한 목소리를 내더라도 이민과 인종, 종교 등 정체성 문제에서는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WSJ는 “이들이 미국 유권자의 과반을 차지하기는 어렵지만 양쪽에서 중도층을 잠식해 미국 정치의 중도 세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