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에 뜬 쿠팡맨 > 지난 11일 강원 삼척에서 쿠팡 배송 기사가 신선식품을 배송하고 있다.   /류은혁 기자
< 삼척에 뜬 쿠팡맨 > 지난 11일 강원 삼척에서 쿠팡 배송 기사가 신선식품을 배송하고 있다. /류은혁 기자
지난 11일 강원 삼척의 쿠팡 배송캠프에선 푸른색 배송 차량이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나왔다. 삼척과 인근 지역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이곳의 하루 취급 물량은 6개월 만에 3000개에서 1만2000개로 급증했다. 올 3월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가 본격 도입되면서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유통업계 ‘새벽배송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쟁 무대가 수도권을 넘어 인구 소멸 위기를 겪거나 대형마트가 사라져가는 지방 중소도시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소멸 위기 산골에도 로켓프레시

삼척·거제까지 간다…쿠팡이 불붙인 '새벽배송 시즌2'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 260개 시·군·구 가운데 쿠팡 로켓프레시가 가능한 지역은 올초 140여 곳에서 최근 170여 곳으로 약 30곳 늘었다. 삼척을 비롯해 강원 춘천·동해·강릉·원주, 전남광주 순천·광양·여수, 충남 당진·예산, 충북 충주·제천, 경남 거제·통영, 경기 이천·여주·용인 등 지역에서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전국 260개 시·군·구의 65%에서 전날 밤 쿠팡에서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식품 사막’인 인구 감소 지역과 산골 마을까지 새벽 배송망이 깔린 것이다.

로켓프레시 도입은 인구 6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 삼척의 일상을 바꿔놨다. 거리의 음식점과 주택 문 앞에선 밤사이 배송된 신선식품을 담는 ‘프레시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예슬 씨는 “과거엔 신선한 식자재를 구하려면 먼 거리에 있는 마트를 수소문해야 했는데 로켓프레시 도입 이후 필요한 식재료를 다음 날 아침이면 가게 문 앞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동네 지인 모두 장보기가 한결 편해졌다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쿠팡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새벽배송 권역을 확대하기 위해 물류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3조원을 투입했다. 2021년 화재로 소실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도 지난달 재건축이 마무리됐다. 중부권 물류 거점이던 덕평센터가 부활하면서 내년부터 경기 북부와 강원 전역으로 새벽배송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로켓프레시는 대형마트 등 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주민이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 소멸 위기 지역까지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올해 경북 영주 봉현면(인구 2436명), 충북 증평 삼성면(6220명), 전남광주 무안 청계면(6341명) 등이 새로 로켓프레시 배송 권역에 편입됐다.

◇컬리 비수도권 배송 물량 50%↑

쿠팡의 ‘새벽배송 독주’에 후발주자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수요층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컬리는 대전·청주 등 충청권 일부와 대구, 전남광주, 부산·울산을 비롯한 영호남 주요 도시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전북 전주와 완주, 익산으로 배송 권역을 확대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컬리의 비수도권 배송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컬리는 인구 20만 명 이상 지역 도시를 중심으로 샛별배송 서비스 추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 새벽배송을 수도권에서 시작해 지역으로 확장하는 경쟁사와 달리 부산·경남을 물류 자동화 심장부로 삼고 배송 권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영국의 물류 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지난달 인공지능(AI) 로봇을 도입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열었다. 내년에는 대구와 울산 등 인근 대도시로 배송 권역을 넓힐 계획이다. 수도권을 겨냥해 경기 고양에 두 번째 제타 스마트센터를 짓는 등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6개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삼척=류은혁/오형주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