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택청약통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8조원을 넘어섰다. 분양가 급등과 대출 규제로 청약 매력이 떨어져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한 영향이다. 해지 금액이 신규 유입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정부 주거 정책의 ‘종잣돈’인 주택도시기금 운용에 경고등이 켜졌다.
"어차피 당첨 안돼" 줄줄이 청약통장 해지…역대급 상황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청약통장 유입액은 8조4000억원, 해지액은 8조2000억원으로 순증액은 2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조1000억원 순증한 것과 대비된다.

가입자는 2022년 6월 2859만 명에서 올해 7월 말 2577만 명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2024년 11월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높이며 납입 확대를 유도했지만, 최근 이 효과마저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약저축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주택사업자 융자 등 서민 주거 정책을 떠받치는 주택도시기금의 핵심 재원이다. 지난해 기금 유입액 65조5000억원 중 15조2000억원을 차지했다.

기금 여유자금은 2022년 40조원에서 지난해 말 10조원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내년 공공임대 등에 8조8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어서 재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원 감소에 서민 주거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며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유인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택도시기금 최대 재원인데, 자금 유출로 운용 힘들어져
기금 여유자금 10조원대 그쳐…내년 공적주택 공급 차질 불가피

주택청약통장 납입금은 주택도시기금의 최대 재원이다.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 대부분의 주거 정책이 이 기금에 의존한다. 하지만 청약통장 유입액은 2021년 2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5조2000억원으로 4년 만에 8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들어선 7월까지 유입과 유출이 거의 같아 순증액이 2000억원에 그쳤다. 정부 주택정책의 ‘실탄’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약통장 이탈 지속

13일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약통장 조성액은 2021년 23조1000억원을 정점으로 2022년 18조3000억원, 2023년 15조원, 2024년 14조8000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집값 급등기에 청약을 노리고 유입된 자금이 시장 환경 변화와 함께 빠져나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과 분양가 급등, 대출 규제 강화가 겹치며 청약통장의 매력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세도 뚜렷하다. 청약홈 기준 가입자는 2022년 6월 2859만 명에서 올해 7월 말 2577만 명으로 282만 명 줄었다. 특히 올해 1~7월에는 30~50대 가입자가 순감하는 등 실수요층 이탈이 두드러졌다.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로 당첨 이후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데다 가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첨 가능성이 낮아진 영향이다. 청약 기대수익이 떨어지자 통장을 유지하기보다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유인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청약통장 금리는 2022년 11월 연 1.8%에서 2023년 8월 연 2.8%, 2024년 9월 연 3.1%로 세 차례 인상됐다. 2024년 11월에는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소득공제 대상을 무주택 가구주의 배우자까지 넓혔다.

지난해 청약통장 조성액이 15조2000억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신규 가입 증가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기존 가입자가 납입액을 늘린 영향이 컸다. 통장 해지는 그사이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 같은 효과마저 약화하며 1~7월 유입액이 8조4000억원, 유출액이 8조2000억원으로 사실상 증가세가 멈췄다.

◇주택 정책 집행 차질 우려

청약통장 자금이 줄면 기금 의존도가 높은 주거 정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표 지출 항목인 디딤돌·버팀목 대출에는 지난해에만 34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공공임대주택 건설비 역시 기금에서 충당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영구임대, 국민임대, 매입임대가 모두 여기에 기반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자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전환 비용도 같은 재원에 의존한다.

이 가운데 청약저축은 가장 안정적인 재원으로 꼽혔다. 지난해 기금 유입액 65조5000억원 가운데 15조2000억원이 청약저축에서 나왔다. 부동산 거래 시 발행되는 국민주택채권이나 기존 대출 상환액과 달리 청약저축은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유입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버팀목’ 역할마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기금의 유동성도 낮아지고 있다. 여유자금은 2022년 40조원에서 2024년 3월 7조9000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말에도 10조원가량에 머물렀다.

문제는 지출 확대 압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공공임대 등 공적주택 공급에 8조8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한 해 늘어나는 지출 규모가 현재 여유자금과 맞먹는다. 청약통장 납입금 유입 둔화와 지출 확대가 맞물리면 기금 운용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오상/임근호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