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3층 도파민 스테이션의 과일산도 팝업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아이파크몰 제공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3층 도파민 스테이션의 과일산도 팝업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아이파크몰 제공
해외 SNS에서 처음 본 디저트가 다음 날 집 앞 카페에 등장한다. 요즘 디저트 시장에선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크루아상과 도넛, 베이글처럼 해외에서 시작된 유행이 국내에 자리 잡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렸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비슷한 상품이 등장한다.

임종진 아이파크몰 F&B팀 바이어는 지난 4월 해외 SNS에서 본 ‘프링글스 초코블럭’ 레시피와 닮은 제품을 바로 다음 날 동네 디저트 카페에서 발견했다. 그는 “국내와 해외의 디저트 트렌드가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했다.

유행이 빨라지자 바이어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아이파크몰은 연간 약 220건의 디저트 팝업을 운영한다. 일주일에 네 곳 이상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오는 셈이다. 임 바이어가 체감하기로 이 가운데 약 70%는 바이어가 먼저 찾아가 입점을 제안한 곳이다.

이미 이름난 브랜드보다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특정 소비자층에서 반응이 시작된 곳을 찾는다. 쉬는 날 성수와 한남의 골목을 돌아다니고 시장과 작은 디저트 가게를 들여다보는 것도 그래서다. SNS 팔로어 숫자보다 실제 손님이 줄을 서는지, 어떤 상품이 먼저 동나는지, 먹어본 소비자가 어떤 후기를 남기는지를 유심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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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만큼 중요한 건 ‘누가 파느냐’


팝업 브랜드를 고르는 기준도 단순히 맛과 비주얼에 그치지 않는다. 임 바이어가 중요하게 보는 또 하나는 브랜드 대표가 현장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뛰어드는지다. 그래서 첫 미팅 때면 팝업 기간 중 대표가 직접 매장에 나올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몇 주 안에 성패가 갈리는 팝업에서는 예상보다 덜 팔리는 상품을 빼고 잘 팔리는 상품 물량을 늘리는 식의 빠른 대응이 필요해서다. 가격과 진열 방식, 판매 동선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현장에서 손님 반응을 직접 보고 바이어와 곧바로 소통하는 대표가 있는 브랜드일수록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소금빵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아이파크몰 제공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소금빵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아이파크몰 제공
반대로 이름값만 믿고 들어왔다가 기대에 못 미친 사례도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젊은 층까지 폭넓은 팬을 가진 유명 콘텐츠 창작자가 만든 디저트 브랜드였다. SNS 인지도를 감안하면 손님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매출은 기대보다 낮았다.

문제는 손님을 불러오는 능력이 아니라 그 다음이었다. F&B 운영 경험이 부족해 생산량과 재고, 위생, 판매 인력 등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찾아온 손님을 매출로 연결하지 못했다. 임 바이어는 이 경험을 두고 “SNS에서 사람을 모으는 능력과 F&B 브랜드를 운영하는 능력은 별개”라고 했다. 화제성은 사람을 매장 앞까지 데려올 수 있지만 결제까지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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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인테리어”…줄이 또 줄을 만든다

반대로 팝업이 제대로 터지면 흥미로운 광경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SNS를 보고 찾아온 손님 몇 명이 줄을 만든다. 그러면 브랜드를 모르던 쇼핑객도 발걸음을 늦춘다. ‘대체 뭐길래 저렇게 기다리지’라는 호기심에 메뉴를 들여다보다 줄 끝에 합류한다. 그렇게 길어진 줄은 다시 누군가의 휴대전화에 찍혀 SNS로 퍼진다. 임 바이어가 '사람이 인테리어'라고 표현한 이유다.

다만 줄이 길다고 모두 잘된 팝업은 아니다. 주문 처리 속도가 느리거나 준비한 물량이 부족해 대기줄만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아이파크몰이 하루 매출뿐 아니라 객수와 객단가, 상품별 판매량, 품절 속도, 대기시간을 함께 보는 이유다. 임 바이어는 “대기줄은 관심의 지표이고 매출은 구매의 지표”라고 했다. 보기 좋은 긴 줄과 실제 돈을 버는 긴 줄은 다르다는 뜻이다.

그가 먼저 가능성을 보고 데려온 과일산도 브랜드는 반대 사례다. 온라인 디저트 커뮤니티에서는 입소문이 나 있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아이파크몰의 젊은 여성 고객층과 잘 맞을 것으로 보고 팝업을 제안했다. 처음부터 대박이 난 것은 아니었다.

현장 반응을 보며 상품 구성을 바꾸고 소비자가 고르기 쉽게 손보면서 매출이 붙기 시작했다. 현재 도파민 스테이션에서 운영 중인 해당 브랜드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3배 늘었다. 평일에도 구매 대기줄이 생기고 품절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도파민 스테이션의 푸딩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아이파크몰 제공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도파민 스테이션의 푸딩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아이파크몰 제공

‘아그작·꾸덕·쫀득’…설명 쉬운 디저트가 뜬다

최근 잘 팔리는 디저트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한입 먹기 전부터 어떤 맛과 식감인지 짐작하기 쉽다는 점이다. 크림이 가득하거나 꾸덕하고 쫄깃한 식감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의 반응이 좋다. ‘아그작 케이크’, ‘왁뿌볼’처럼 이름만 들어도 식감이 연상되는 상품도 등장했다. 복잡한 설명을 읽지 않아도 사진 한 장과 이름만으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식이다.

저당이나 글루텐 프리, 고급 원재료를 강조한다고 무조건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이 원재료와 성분까지 따질 정도로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맛없는 디저트를 다시 사지는 않는다. 팝업 현장에서도 건강과 프리미엄을 강조했지만 기대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임 바이어는 결국 디저트의 본질은 맛이라고 봤다.

앞으로는 피자와 백설기를 결합한 ‘피자설기’처럼 익숙한 음식에 낯선 요소를 더하거나 캐릭터·지식재산권(IP)을 메뉴 자체와 결합하는 시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히 캐릭터 그림을 포장지에 붙이는 수준을 넘어 세계관에 맞는 디저트와 공간을 함께 만드는 방식이다.

연간 200개가 넘는 팝업을 지켜본 임 바이어가 꼽은 ‘잘 팔리는 디저트’의 공식은 단순했다. 처음에는 생김새나 이름이 궁금해 지갑을 열더라도 살아남으려면 다시 찾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잘 팔리는 상품을 “궁금해서 한 번 사고, 맛있어서 다시 사는 디저트”라고 표현했다.

긴 줄과 화려한 사진이 첫 구매를 만들 수는 있지만 며칠 뒤에도 다시 생각나는 맛과 식감이 있어야 두 번째 지갑이 열린다. 임 바이어가 찾는 것도 가장 요란한 디저트가 아니라,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번 맛본 사람이 또 찾는 디저트인 셈이다.
"궁금해서 한번, 맛있어서 또"…2030 지갑 홀린 디저트 정체 [프라이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