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처럼 키웠다"…'1개 1만9000원' 명품 복숭아 불티 [프라이스&]
과일 농사는 열매가 많이 달릴수록 좋을 것 같지만 강원 원주시의 ‘백만불 복숭아 작목반’(복숭아 재배 농가)은 정반대로 키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어린 열매를 미리 솎아내고 남은 복숭아에 영양분을 집중시킨다. 열매마다 봉지도 두 겹씩 씌운다. 말 그대로 ‘외동 딸처럼’ 공들여 키운 복숭아다.

이렇게 재배한 복숭아는 한 알 가격이 1만9000원에 달한다. 두 알에 3만8000원으로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일반 복숭아(네 알 1만8000원)의 네 배가 넘는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처음 선보인 ‘H스위트 복숭아’다.

값이 비싼만큼 규격도 남다르다. 한 알 무게가 400g 이상으로 일반 복숭아(300g 안팎)보다 30% 이상 크다. 당도는 15브릭스 이상이다. 통상 복숭아는 12브릭스만 넘어도 고당도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중으로 감싼 봉지는 병충해와 외부 자극을 막고 표면의 복숭아 색을 깨끗하고 균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H스위트의 주 고객층은 여전히 구매력이 높은 4050세대와 VIP 고객이다. H스위트 복숭아 구매 고객 가운데 4050과 VIP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다만 최근에는 젊은 층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2030세대의 복숭아 매출은 지난해보다 60% 이상 증가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가격보다 확실한 맛과 품질을 중시하는 ‘스몰 럭셔리’ 소비가 과일로도 번지고 있다.
"외동딸처럼 키웠다"…'1개 1만9000원' 명품 복숭아 불티 [프라이스&]
현대백화점은 2016년 고당도 프리미엄 과일 브랜드 ‘H스위트’를 선보였다. 당도와 중량, 외관이 일반 특상급 기준을 뛰어넘는 과일만 붙을 수 있는 이름이다. 대표 상품인 17브릭스 감귤은 전체 출하량의 0.1%에 불과하다.

고물가에도 ‘맛을 보장하는 프리미엄 과일’에는 지갑이 열리고 있다. 올해 1~8월 H스위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증가했다. 전체 청과 매출 증가율(15.6%)의 여섯 배가 넘는다. 복숭아 매출도 25.3% 늘어 지난달 처음으로 현대백화점 전체 과일 가운데 매출 2위에 올랐다.
김우진 현대백화점 청과 바이어가 무역센터점 식품관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우진 현대백화점 청과 바이어가 무역센터점 식품관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추석 복숭아 선물세트도 처음 내놨다. 쉽게 무르는 특성 때문에 그동안 배송 상품에서 제외했지만, 명절에 소규모로 모여 고급 과일을 디저트로 즐기는 수요가 늘자 상품화했다.

외동 딸처럼 정성들여 키운 복숭아를 찾는 작업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현대백화점 청과 바이어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4시에 가락시장을 찾아 과일의 맛과 향, 외관을 직접 확인한다. 산지를 찾아다니는 거리도 연간 2만㎞가 넘는다.

김우진 현대백화점 청과 MD는 “열매 수를 늘리는 대신 한 알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복숭아”라며 “비싸더라도 맛과 크기, 외관에서 분명한 차이를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동딸처럼 키웠다"…'1개 1만9000원' 명품 복숭아 불티 [프라이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