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구글에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하며 제출한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구글의 법적 책임을 따지기로 했다. 관련 법 위반이 확인되면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1일 ‘구글 디지털성범죄 피해 정보 유출 브리핑’에서 “이번 일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며 “위법이 확인되면 구글은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성평등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함께 성폭력처벌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원 장관은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이라면 피해자의 민감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처리해야 할 책임이 더 무겁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5일 구글과 협업하는 해외 연구 프로젝트 사이트에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삭제 요청 정보가 노출되면서 불거졌다. 피해자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지원기관의 삭제 요청 내역 일부가 외부에서 검색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구글과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구하고 긴급 차단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 10여 건을 우선 차단하고 이달 1일 지원기관 관련 정보 200여 건을 추가 차단했다. 국내 피해자와 지원기관의 삭제 요청 내역 전체가 차단된 것은 지난 7일로, 정부가 사태를 인지한 지 13일 만이다.

성평등부는 5일 긴급회의에서 구글에 정보 유출과 조치 지연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구글은 9일 한국에서 접수되는 모든 삭제 요청 자료를 외부에 공유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담은 공문을 정부에 보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시 중단한 구글 대상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을 재개했지만 법적 책임 검토는 별도로 이어가기로 했다. 원 장관은 “확약과 무관하게 구글의 법적 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면 더 무거운 책임이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른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