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노동당 내 이른바 ‘언더조직’에서 발생한 성차별 행위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문 작성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용 후보자는 그동안 비동의간음죄 도입에 찬성하는 등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했는데, 당시 행위는 이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성차별 가해자를 감쌌다는 정황은 성평등부 장관 자격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확보한 2018년 3월 31일 열린 노동당 전국위원회 회의 내용에 따르면 당시 전국위원이던 용 후보자는 언더조직에서 불거진 성차별 행위와 관련한 당 차원의 사과문 작성 여부를 묻는 안건에 반대토론자로 나섰다.

용 후보자는 반대토론에서 “피해 및 가해 사실 여부는 물론이고 사실관계조차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과문이 전국위원회를 통해 나가는 건 조사위원회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당원들에게 부결을 요청했다. 이어 “진행 중인 진상조사위원회 결과가 빠르게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결과를 본 뒤 입장을 발표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국위원이 반대토론 중 “노동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버렸느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사과문 작성 결의안은 재석 34명 중 찬성 8명에 그쳐 부결됐다.

해당 안건은 2018년 2월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이 노동당 내 언더조직이 혼전 순결과 낙태 금지 등이 담긴 교양 교재를 활용하는 등 성차별 행위가 만연하다고 폭로한 사건 때문에 전국위 회의에 올라왔다. 당시 용 후보자 부부가 언더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후 노동당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해당 의혹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7월 ‘언더조직 조직문화’ 인터뷰집에 따르면 언더조직 내에서 성폭행까지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폭행 피해를 본 조직원은 오히려 조직에서 배제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용 후보자가 자신이 속한 집단을 감싸기 위해 피해자 보호보다 조직 방어를 우선했다는 비판이 있다.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장관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용 후보자는 이날 출근하면서 ‘언더조직의 성차별을 묵인한 게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