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성동구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사업가인 A씨는 아내 B씨와 혼인해 아들 C씨와 딸 D씨를 뒀습니다. 아내 B씨가 2018년 8월께 사망한 후 A씨는 거래처 직원 X씨와 2020년 9월께부터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A씨는 X씨에게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금전을 지급했고, 그 액수는 총 20억원에 달했습니다.

A씨는 2024년 5월께 X씨와 재혼했는데, 재혼한 지 불과 2년 만인 2026년 4월께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A씨의 상속재산은 전처인 B씨와 함께 마련한 시가 22억원 상당의 아파트입니다. X씨는 이 아파트에 대해 배우자로서 법정상속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녀인 C씨와 D씨는 A씨가 남긴 아파트를 X씨와 나눠야 하는 걸까요?


재혼한 배우자도 법정상속인이므로 원래는 상속재산에 대해 권리가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렇게 되면 X씨는 A씨의 배우자로서 위 아파트에 대해서도 법정상속분 지분 7분의 3을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공동상속인이 생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 있으면 그 증여를 특별수익으로 봐서 상속분을 계산할 때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도 X씨가 A씨로부터 20억원을 증여받았으니 이것을 특별수익으로 고려해 상속분을 계산해야 하는 걸까요?

이 사건은 X씨가 A씨로부터 20억원을 증여받을 당시에는 아직 A씨와 혼인 전이어서 공동상속인의 지위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증여받을 당시에는 아직 상속인의 지위에 있지 않았지만, 증여받은 후에 혼인해 비로소 상속인의 지위를 가지게 된 경우에, 과거에 받은 증여를 공동상속인이 받은 특별수익으로 봐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견해가 대립합니다. 민법이 상속분을 계산할 때 특별수익을 고려하도록 한 이유는 그것이 상속분을 미리 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인데, 상속인이 아니었던 사람이 받은 증여는 상속분을 미리 준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특별수익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민법이 상속분을 계산할 때 특별수익을 고려하도록 한 이유는 공동상속인 사이에 공평을 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수익을 받을 당시에 반드시 상속인의 자격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A씨가 X씨에게 20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증여한 이유는 X씨를 장래의 배우자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남으로 지낼 사람에게 그렇게 큰돈을 증여할 일은 없겠지요. 그리고 실제 A씨는 X씨와 재혼했습니다. 그렇다면 A씨가 X씨에게 증여한 것은 공동상속인에게 증여한 것과 같이 특별수익으로 산입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총 42억원의 재산(증여재산 20억원+상속재산 22억원) 중 X씨의 법정상속분(7분의 3)은 18억원인데 X씨는 이미 20억원을 가져갔으므로 아파트에 대해서는 상속분을 요구할 수 없고, C씨와 D씨가 아파트를 2분의 1씩 상속받으면 됩니다.

서울가정법원 판결 중에도 사실혼 기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아파트 분양대금을 증여받은 후 피상속인과 혼인신고를 마친 경우, 혼인신고 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특별수익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러스트 대표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