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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 괜찮지만 전문업자는 문제"…'루이비통 짝퉁 소송' 11월 결판 [현장+]
루이비통 상표권침해금지 파기환송심
양측 '특별한 사정' 놓고 공방 펼쳐
양측 '특별한 사정' 놓고 공방 펼쳐
"리폼 제품에 붙여진 라벨은 가짜입니다. A씨 회사에서 '재활용'이라고 하는 라벨은 분명히 위조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라벨을 생산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제품이 리폼이라는 이름으로 중고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우려됩니다."
지난 10일 대전 특허법원에서 열린 루이비통의 상표권 침해금지 등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루이비통 측 담당 책임자가 강조한 말이다. 루이비통은 그동안 법률대리인을 통해 최소한의 입장만을 밝혀왔다. 담당 책임자는 홍콩을 기반으로 법률적 자문을 제공하고, 브랜드 지식재산권(IP)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리폼업체 A씨의 영업 방식에 대한 브랜드의 입장을 최후 변론을 통해 전했다.
루이비통 측이 이날 강조한 것은 "모든 명품 리폼을 막겠다는 게 아니다"라는 점이다. 소비자가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수선하거나 변형해 사용하는 권리 자체는 인정하지만, 전문업자가 브랜드의 인기 모델과 유사한 가방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원제품에 없던 상표와 부속품까지 붙이는 것은 '리폼'보다 '제작'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이 개인적 사용 목적의 리폼은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이후 루이비통 측 관계자가 직접 법정에서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밝힌 만큼, 이번 파기환송심의 쟁점도 한층 선명해졌다. 결국 법원이 어디까지를 소유자의 리폼 자유로 인정하고, 어디서부터 전문업자의 상표 사용과 상품 제작으로 판단할지가 핵심이다.
특히 내부에 새롭게 부착된 라벨을 문제 삼았다. A씨 측은 기존 제품에서 확보한 라벨이나 장식 등을 재활용한다고 설명했지만, 루이비통 측 관계자는 문제가 된 라벨은 자사가 생산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리폼 제품에 원래 가방에는 없었던 라벨이나 부속품이 새롭게 추가됐다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조달했는지가 '리폼업자가 일련의 과정을 지배·주도했는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몇십 년 동안 모은 장식이 있고 이를 재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것처럼 보이는 라벨 역시 "기존 수선 과정 등에서 확보한 로고 라벨을 모아두었다가 염색해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가방 원단은 고객이 맡긴 기존 제품을 사용하고 어깨끈 등 손상되는 부분에는 새 가죽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수선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루이비통 측은 "고객이 맡긴 제품에 존재하지 않았던 부품까지 전문업자가 별도로 조달했다"는 점, 그 이유가 자사의 "인기 신제품 모델을 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단순히 '고객의 물건을 고쳐 돌려준 행위'로만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수리는 당연한 권리"…루이비통이 제시한 '선'
재판부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사용하다 싫증이 나 다른 형태로 만드는 것 역시 소유권 행사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묻자 루이비통 측 관계자는 "수리는 당연한 권리"라고 답했다. 다만 A씨의 영업은 수리를 넘어 제작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루이비통 측 판단이다.A씨가 원제품의 원단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별도로 보유한 부속품 등을 결합해 루이비통의 인기 모델과 유사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만들었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루이비통 측은 신제품 출시 후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해당 제품과 유사한 형태의 리폼 제품이 만들어진 사례도 제시했다. 특정 신상 모델에 사용되는 금속 장식 등의 출처 역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이런 주장이 대법원 판결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고객이 자신의 가방을 맡기면서 홈페이지 사진 등을 참고해 원하는 디자인과 리폼 방식을 선택했고 A씨는 이에 따른 기술적 작업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과물이 기존 루이비통 모델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작업의 주체를 리폼업자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중고시장에 리폼백 유통"…브랜드가 가장 우려한 지점
루이비통 측에서 책임자까지 재판에 참석해 반복적으로 강조한 건 '2차 유통'이다. 리폼을 의뢰한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해당 제품이 다시 중고거래시장에 등장하면 일반 소비자가 이를 정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통관과 위조품 단속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관 등에서는 박음질과 부속품, 라벨 등 여러 기준을 활용해 진품 여부를 판단하는데 '리폼'이라는 형태로 브랜드 표시가 붙은 제품이 유통될 경우 기존 판별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씨 측은 리폼업자가 제품을 고객에게 반환하는 행위와 고객이 이후 자신의 판단으로 중고시장에 판매하는 것은 별개의 거래라고 반박했다. 실제 리폼 제품 가운데 어느 정도가 중고시장에 유통되는지 구체적인 규모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리폼업자가 중고거래를 목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거나 유통을 유도하지 않았다면 향후 거래 가능성만으로 상표권 침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별한 사정', 11월 법원이 그을 리폼의 경계
대법원은 리폼업자가 일련의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 자신의 제품으로 상거래에 제공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했다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표 표시 행위 등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루이비통은 A씨의 영업이 바로 이 예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인기 모델과 유사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제작한 점, 고객이 맡긴 원제품에는 없던 라벨과 부속품이 사용된 점, 리폼 가능 모델을 외부에 알린 점 등을 개별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영업 형태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A씨 측은 대법원이 개인 소유자의 사용을 위해 전문업자에게 리폼을 맡기는 것 자체를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접수증과 주문서 등을 근거로 디자인 선택과 작업 지시는 고객이 했으며 A씨는 이를 구현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부속품 출처에 관한 의혹만으로 전체 영업을 위조품 제조로 규정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명품 리폼을 둘러싼 법정공방은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을 원하는 형태로 바꿀 자유와 상표권 보호의 충돌을 중심으로 전개돼왔다. 이번 공판에서는 여기에 브랜드 측이 직접 제기한 '위조 부속품'과 '2차 유통'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모든 리폼을 상표권 침해로 볼 것인지가 아니라, 고객 소유 제품을 활용한 리폼이 어느 단계에서 전문업자의 새로운 상품 제작으로 바뀌는지가 쟁점으로 좁혀진 셈이다.
파기환송심 선고는 오는 11월12일 열린다.
대전=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