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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대책보다 중요한 건 '공급의 시간'…확인해야 할 4가지 [공간 이야기]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택지를 정하고, 인허가를 받고, 착공하고, 공사를 마친 뒤에야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에 정책 발표와 실제 입주 사이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간격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공급대책을 체감하지 못한다.
최근 정부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내놓은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22년 이후 착공 부진이 이어지며 앞으로의 입주 물량 감소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수도권 추가 공급과 함께 기존 사업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3기 신도시 등 기존 택지지구의 착공 시기를 1~2년 이상 앞당기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제 공급대책을 볼 때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많이 지을 건가"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언제 착공하고 언제 입주할 것이냐"이다.
집값은 발표가 아니라 입주로 안정된다
주택 공급은 발표되는 순간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수자는 기대를 조정하고, 매도자는 가격을 다시 생각한다. 정책 발표 직후 시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수요자는 언론에 기대어 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들어갈 집이 있어야 전세 불안이 줄고 매매 수요도 분산된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약속이 아니라 입주 가능한 주택이다.
공급대책의 힘은 결국 입주 시점에서 결정된다. 아무리 많은 물량을 발표해도 입주가 5~7년 뒤라면 지금의 전세 수요와 매매 수요를 바로 흡수하긴 어렵다. 반대로 물량이 아주 크지 않아도 입주 시점이 가까우면 시장에는 더 직접적인 안정 신호가 된다.
이처럼 집값은 기대치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대가 실제 물량으로 확인될 때 비로소 안정되기 때문에 공급정책의 첫 번째 기준은 물량이 아니라 시간인 것이다.
공급 부족은 오늘 생기지 않았다
집값 불안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공급 부족도 마찬가지다. 오늘 부족해 보이는 집은 몇 년 전 착공이 줄어든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주택은 공장에서 바로 찍어낼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특히 아파트는 토지 확보, 인허가, 금융 조달, 공사비, 분양 여건이 모두 맞아야 하고 이 가운데 하나라도 막히면 사업은 지연된다. 지연된 사업은 몇 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 나타난다.
최근 공급대책에서 착공과 사업 속도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공급대책이 주로 인허가나 예정 물량 중심으로 관리됐다면 이제는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실행력이 더 중요해졌다.
시장은 정책의 의지를 볼 수밖에 없다. 더 정확히는 그 의지가 공사 현장으로 이어지는지를 본다. 인허가 숫자가 많아도 착공하지 않으면 집은 지어지지 않고, 착공이 늦어지면 입주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발표 시점보다 착공 시점이 중요한 이유다. 착공이 공급의 출발선이라면, 입주는 시장 안정의 도착점이라 할 수 있다.
민간이 멈추면 공공만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주택 공급은 공공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공공택지, 공공분양, 임대주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도심 안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입지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려면 민간사업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알다시피 재개발과 재건축은 대표적인 민간 공급 통로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제도 하나만 바뀐다고 곧바로 빨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합 동의, 시공사 선정, 공사비 협상, 분담금 부담, 이주와 철거, 관리처분 절차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 지점에서 갈등이 생기면 사업 전체가 멈춘다.
최근 정부 대책이 공공택지 개발 기간 단축뿐 아니라 정비사업 병목 해소, 민간 공급 부진 해소를 함께 다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급 속도는 법 조항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로 사업을 멈추게 하는 병목을 줄여야 빨라진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큰 변수는 사업성이다. 공사비가 오르고 금융비용이 늘고 조합원 분담금이 커지면 사업은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공급을 늘리려면 "짓도록 허용한다"에서 그치지 않고 지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공급정책을 볼 때 이 점을 놓치면 안 된다. 공급은 계획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업 현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시장은 물량보다 시간을 먼저 읽는다
시장은 숫자에 반응하지만 오래 기억하는 것은 시간이다. 몇 만 호 공급이라는 발표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물량이 언제 착공되는지, 언제 분양되는지, 언제 입주하는지다.
수요자는 현재의 불안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 세입자에게 7년 뒤 입주 물량은 당장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집을 사야 할지 고민하는 실수요자에게도 먼 미래의 공급은 심리적 안정은 줄 수 있지만, 실제 선택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공급대책의 효과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입주가 가까운 지역, 착공이 확실한 사업장, 인허가 이후 공사로 이어지는 곳은 시장 안정에 더 빠르게 기여한다. 반면, 계획만 있고 일정이 불분명한 물량은 시장에서 할인되어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공급대책을 볼 때는 네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① 발표 물량이 신규 계획인지 기존 사업의 앞당김인지
②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으로 이어지는지
③ 입주 시점이 전세시장 불안 시기와 맞물리는지
④ 민간 정비사업의 공사비와 분담금 병목이 풀리는지
이 네 가지가 맞아야 공급은 비로소 시장에 도착한다. 주택시장은 말보다 늦게 움직인다. 정책은 오늘 발표되지만 집은 몇 년 뒤 완성되고, 그 사이 시간이 길수록 시장은 불안해지며 시간이 짧아질수록 안정 신호는 강해진다.
결국 공급대책의 성패는 결국 숫자보다 시간에 달려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공급 발표가 아니라,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공급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명재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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