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설치된 GTX 성남역 출입구. 한경DB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설치된 GTX 성남역 출입구. 한경DB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있는 '백현마을 2단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성남역 초역세권인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29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습니다. GTX 개통 전인 2024년 1월에는 17억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2년6개월 만에 11억원 넘게 뛴 것입니다.

최근 성남역을 중심으로 한 분당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1년간 분당구 아파트값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GTX-A가 개통하면서 서울 강북 업무지구까지 이동 시간이 짧아지고, 분당의 오랜 숙제였던 재건축도 본격적인 사업 단계에 들어선 영향으로 보입니다. 이미 충분히 비 분당에 교통과 정비 사업이라는 새로운 프리미엄이 더해진 것입니다.

분당은 1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높은 집값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조성된 분당신도시는 서울 강남권의 주택 수요를 분산하면서도 자족 기능을 갖춘 대규모 계획도시로 만들어졌습니다. 탄천을 중심으로 주거지를 배치하고, 상업·업무시설과 학교를 촘촘하게 배치했습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분당을 찾는 실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꼽는 장점이 학군과 생활 인프라, 교통인 이유입니다.

분당의 중심축으로는 전통적으로 서현동과 수내동, 정자동이 꼽힙니다. 서현역과 수내역, 정자역을 따라 대형 상권과 학원가, 업무시설이 형성돼 있고 분당선과 신분당선을 이용해 서울 강남권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합니다. 정자역에서는 신분당선을 통해 강남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우수한 학군도 분당의 집값을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분당 내에서도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곳으로 꼽히는 수내중과 내정중은 물론 구미중과 서현중, 이매중, 백현중 등 분당 내 모든 중학교는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입니다. 서현·수내·정자 일대에는 대치동 못지않은 학원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서울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주거 환경과 교육, 교통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이어졌습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런 분당의 아파트값이 최근 1년 사이 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시세를 비교한 결과 분당구의 상승률은 29.5%로 전국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1년간 상승률이 10.6%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18.9%포인트나 확대됐습니다.

최근 분당의 주거 지형을 바꿔놓은 변수 중 하나로 바로 GTX-A 성남역이 꼽힙니다. GTX-A 성남역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24년 3월입니다. 기존에도 분당은 분당선과 신분당선을 이용할 수 있어 강남 접근성은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GTX가 바꿔놓은 것은 서울 사대문 안으로의 접근성입니다. 강남으로만 향하던 분당의 교통망이 서울역 등 강북의 주요 업무지구까지 연결된 것입니다.

이런 수요의 확장은 실제 가격 흐름에도 반영됐습니다. 성남역 초역세권에 있는 '봇들마을9단지 금호어울림' 전용 101㎡는 성남역 개통을 앞둔 2024년 2월 19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6월에는 28억3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2년 4개월 만에 8억6000만원이 올랐습니다. 최근에는 전용 115㎡가 30억4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30억원을 넘는 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승분을 모두 GTX 효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GTX가 분당의 수요층을 넓힌 것은 분명하다는 게 현장의 설명입니다. 분당이 지금까지는 강남과 경기 남부권 직장인들의 선호 주거지였다면, 이제는 강북의 고소득 직장인까지 주거 선택지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남역 인근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GTX 개통 이후에는 광화문이나 시청 등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고소득 직장인들의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며 "분당은 학군과 주거환경 때문에 자녀를 키우는 가구가 특히 선호하는데, 직장이 강북에 있는 수요자들도 '분당에 살면서 출퇴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알아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성남역이 들어서면 '분당의 중심'도 조금씩 이동하고 모습입니다. 분당의 전통적인 거주 중심지인 서현동과 수내동, 정자동 외에도 성남역 인근의 이매동과 삼평동, 백현동 일대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17억이던 아파트가 29억 됐다"…'천당 밑에 분당' 또 들썩 [철길옆집]
성남역의 위치는 절묘합니다. 한쪽으로는 분당의 기존 주거지가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판교테크노벨리가 펼쳐집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국내의 대표적인 첨단산업 업무지구로, 고소득 직장인의 수요가 풍부한 곳입니다. 성남역을 두고 '직장이 있는 판교'와 '살고 싶은 분당'이 맞물리는 구조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GTX 개통이 성남역 개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성남시는 최근 성남역 복합환승센터 조성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제4차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구축 기본계획(2026~2030)'에 신규 사업으로 반영됐다고 밝혔습니다.

총사업비는 856억원이며 사업 기간은 2027~2032년입니다.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면 현재 운행 중인 GTX-A와 경강선을 비롯해 광역버스 16개 노선을 포함한 38개 버스 노선의 환승 연계 시설이 확충됩니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도 함께 마련됩니다.

성남역은 이미 GTX-A와 경강선이 만나는 곳입니다. 앞으로 월곶~판교선이 2029년 개통할 예정이고,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도 계획돼 있습니다. 성남시는 이 같은 교통망이 갖춰지면 성남역이 수도권 남부의 광역교통 거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다.

교통망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집값이 일정하게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판교의 일자리와 분당의 주거환경을 갖춘 곳에 교통망이 계속 겹친다는 점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인근 주민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백현마을 2단지'의 한 주민은 "GTX 삼성역이 개통하고, 성남역 환승센터까지 모습을 갖추면 최소 평당 1억을 갈 것"이라며 "앞으로는 서울 중심지까지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아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분당의 또 다른 대형 호재인 재건축 역시 순항하고 있습니다. 앞서 성남시는 시범단지, 양지마을, 샛별마을, 목련마을 등을 선도지구로 지정하고 정비구역 고시를 마쳤습니다. 이들 4개 구역은 모두 사업시행자 지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선도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단지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성남시는 올해 분당에서 약 1만2000가구 규모의 2차 특별정비구역을 선정할 계획으로, 본안 신청에는 결합개발구역을 포함해 총 43건, 50개 구역에서 6만 6037가구가 참여했습니다. 30년 전 만들어진 계획도시가 통째로 새 아파트로 바뀌는 작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통·정비사업 기대감이 당분간 분당 집값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분당은 이미 훌륭한 주거 환경에 GTX-A, 복합환승센터 등 지속적인 교통 호재가 더해지며 입지 가치가 한 단계 더 끌어올려진 곳"이라며 "향후 복합환승센터 개발과 대규모 정비사업이 시너지를 내며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남부의 핵심 광역 거점으로서 입지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