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5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평균적인 아파트 전셋값에 5억원가량을 보태면 평균 매매가격 수준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필요한 돈이 9억원에 육박합니다. 전셋값도 올랐지만 매매가격이 더 높은 수준으로 뛰면서 전세에서 자가로 옮겨가기 위해 넘어야 할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입니다.

11일 KB부동산의 '8월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739만원, 평균 전세가격은 7억1178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두 가격을 단순 차감하면 8억9561만원입니다. 평균 전셋값 수준의 보증금을 가진 가구가 평균 매매가격 수준의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하면 약 9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5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2021년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7734만원, 평균 전세가격은 6억4345만원이었습니다. 가격 차이는 5억3389만원이었습니다. 5년 사이 매매·전세 평균가격의 간격이 3억6172만원 더 벌어졌습니다.

전세에서 매매로 넘어가는 문턱이 높아진 것은 매매가격 상승 폭이 전셋값보다 커서입니다. 2021년 8월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3005만원 높아진 반면 평균 전세가격은 6832만원 상승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자산의 기반으로 삼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추가로 마련해야 할 돈이 늘어난 것입니다.

문제는 전세보증금 전액을 실수요자의 자금으로 가정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전세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한 세입자라면 실제 내 집 마련 문턱은 더 높아집니다. 예컨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7억1178만원 가운데 3억원을 전세대출로 마련했다면 세입자의 순수 자기자본은 4억1178만원이 됩니다. 평균 매매가격인 16억739만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단순 계산으로 11억9561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합니다. 전세대출이 4억원이라면 부족한 금액은 12억9561만원으로 늘어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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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컸습니다. 지난달 강북 14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8129만원, 평균 전셋값은 5억9351만원으로 차액은 5억8778만원이었습니다. 2021년 8월에는 매매가격이 9억3079만원, 전셋값이 5억2348만원으로 차이가 4억731만원이었습니다. 5년 동안 약 1억8048만원 벌어졌습니다.

강남 11개구에서는 격차가 더 가파르게 벌어졌습니다. 2021년 8월 평균 매매가격은 13억9403만원, 평균 전셋값은 7억4890만원으로 둘 사이 차이가 6억4514만원이었습니다. 지난달에는 매매가격이 19억9016만원, 전셋값이 8억1877만원을 기록하면서 차이가 11억7139만원까지 확대됐습니다. 5년 만에 추가로 채워야 하는 가격 차이가 5억2625만원 커진 것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는 더 선명합니다. 2016년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7388만원, 평균 전셋값은 4억1271만원이었습니다. 당시 두 가격의 차이는 1억6117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2016년 약 1억6000만원이던 격차가 2021년 5억3000만원, 올해는 9억원 가까이로 확대됐습니다.

최근 1년만 놓고 봐도 간격은 빠르게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2224만원, 평균 전세가격은 6억5179만원으로 가격 차이는 7억7045만원이었습니다. 올해 8월에는 8억9561만원으로 1년 사이에 격차가 1억2516만원 확대됐습니다.

대출을 활용해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가격에 따라 한도가 달라집니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이지만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6억원을 넘어선 만큼 평균가격 수준의 주택도 15억원 대출 한도 경계선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대출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전세 대출도 쉽지 않아지면서 과거처럼 전세를 살며 돈을 모아 집을 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