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의 보복전이 격화되는 와중에 바로 옆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분쟁에 휩싸였다. 친미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이란 반군 후티가 4년간의 휴전을 뒤로 하고 난타전에 들어갔다. 중동 석유 물류의 두 축인 호르무즈해협과 홍해길이 동시 봉쇄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중동에서의 ‘2개의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사우디와 후티반군 간 분쟁은 거의 전면전 수준이다. 후티는 사우디 4개 도시와 아람코 정유·전력 시설을 공격했고, 사우디는 예멘의 후티 거점을 보복 공습했다. 최근 1주일 새 양측에서 5000명 넘게 숨지고 1만8000명 이상이 피란을 간 것으로 전해진다.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돼 사우디로서는 바브엘만데브해협에 대한 후티반군의 통제권 확보를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과 이란 전쟁도 보복·재보복의 악순환 국면이다. 이란혁명수비대가 미군 함정을 공격하자 미국은 유조선 5척 파괴로 응수했다. 이에 이란이 다시 요르단 내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악화일로다. 미국의 ‘경제적 왕따 작전’에 이란이 굴복 대신 저항을 선택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중동의 두 해상 요충지가 동시에 흔들리자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했다. 핵심 인프라가 파괴되는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 급등은 물가를 자극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 반영되는 등 실물·금융시장 모두에서 연쇄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나름 자제 중인 사우디가 본격 대응에 나서면 바브엘만데브해협도 봉쇄돼 ‘3차 오일쇼크’급 충격파가 닥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대와 달리 중동 정세가 임계점을 넘나드는 만큼 최악을 상정한 대비가 절실하다. 미국에선 ‘이란전쟁이 6개월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6년을 더 갈 수도 있다’는 각오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남다른 만큼 해협 통항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군사적 기여 방안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