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9월 8일 오후 2시44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뿐 아니라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카(HEV)에 테슬라 수준의 자율주행(레벨 2+)을 적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를 2028년 출시한 뒤 차례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카용 자율주행차도 내놓기로 했다. 내연기관차는 전력 소비량이 많은 자율주행 구현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십 년 동안 쌓은 내연기관 제조·제어 노하우로 이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운행 중인 현대차그룹 로보택시 /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운행 중인 현대차그룹 로보택시 /연합뉴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레벨 2+ 이상 자율주행 시스템을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카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레벨 2+ 자율주행은 운전자 감독 아래 차량이 가속과 제동, 차로 변경 등을 스스로 수행하는 주행보조 기술이다. 테슬라의 감독형 자율주행 시스템 FSD가 여기에 속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시대에도 내연기관차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기 위해 개발에 나섰다. 미국 테슬라와 중국 샤오펑 등이 전기차용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내연기관 자율주행과 같은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카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건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대가 와도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이라며 “전기차 업체들이 도전할 수 없는 영역에 뛰어들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내연車 개발…中이 못 넘을 성벽 쌓는다
전기차 이어 휘발유·하이브리드 자율차에 도전장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차량(HEV)에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하는 건 글로벌 완성차 회사의 오랜 난제다. 고성능 컴퓨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엔진·변속기가 자율주행 시스템의 명령에 맞춰 정밀하게 움직이는 기술 등이 필요한데, 이를 개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용량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갖춘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얘기다.

다만 이런 장벽만 넘어선다면 전통 완성차 업체에 큰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율주행 시대에 여전히 휘발유차와 HEV를 찾는 소비자 수요를 차지할 수 있어서다. 전기차 중심인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등이 넘볼 수 없는 분야인 만큼 ‘해자’(垓子·성벽 바깥을 빙 둘러싼 물웅덩이)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율주행 경쟁 ‘승부수’

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와 휘발유차, HEV용 자율주행 개발에 나선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하다. 세계 1위 도요타 등도 휘발유차와 HEV용 자율주행에는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풀어낼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자율주행 컴퓨터와 카메라, 라이더 등에 필요한 전력을 상시 공급하는 것이다. 배터리가 실린 전기차와 달리 내연기관차는 엔진과 연결된 발전기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컴퓨터와 센서, 냉각 장치 등을 돌릴 별도 전력원이 필요해서다.

엔진과 브레이크 등의 시스템 통합도 난관이다. 전기차에 달린 전기모터는 차량 내 자율주행 컴퓨터가 요구한 명령을 빠르고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내연기관은 엔진을 가동하기 위해 공기와 연료를 투입해 연소시키고 변속기를 거쳐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자율주행 컴퓨터가 계산한 주행 궤적을 정확히 따라가기 위해선 시차가 있는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소프트웨어와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위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용 자율주행 기술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 전선을 내연기관과 HEV 등으로 넓히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메르세데스벤츠 정도가 각각 휘발유차나 HEV에 레벨 2+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난제 해결하겠다”

현대차그룹이 휘발유차와 HEV용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공언한 건 이런 기술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수십 년 동안 내연기관 차량을 제조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수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적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게 엔진과 변속 등의 시스템 통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결국엔 전기차, 내연기관차, HEV가 자율주행 성능 및 안전성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율주행 컴퓨터의 열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냉각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력전자장치 등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별도의 열관리 회로를 갖추고 있다. 내연기관차도 엔진 냉각에는 냉각수를 사용하지만, 고성능 자율주행 컴퓨터를 위한 별도 수랭식 냉각 회로를 추가하려면 차량의 열관리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컴퓨터의 배치와 냉각 방식 등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모든 내연기관과 HEV에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향후 수요가 있거나 자율주행 시스템 통합 기술이 끝난 차종에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섭/양길성/정상원 기자 duter@hankyung.com